대서양 해적의 삶, 짧지만 인간답게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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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에서 '캐리비안의 해적'에 이르기까지 18세기 공해에 출몰했던 해적은 오늘날까지 전지구적으로 대중문화에서 끊임없이 소환되는 인기 있는 소재다.
그러나 '무자비한 약탈자', '자유로운 영혼' 등 비하되거나 낭만화된 방식으로 그려지는 해적의 모습은 온전한 진실을 담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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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왕, 대서양의 해적들
데이비드 레스트 글·그림, 마커스 레디커 글, 폴 불 엮음, 김정연 옮김, 신은주 감수 l 갈무리 l 1만7000원
‘보물섬’에서 ‘캐리비안의 해적’에 이르기까지 18세기 공해에 출몰했던 해적은 오늘날까지 전지구적으로 대중문화에서 끊임없이 소환되는 인기 있는 소재다. 그러나 ‘무자비한 약탈자’, ‘자유로운 영혼’ 등 비하되거나 낭만화된 방식으로 그려지는 해적의 모습은 온전한 진실을 담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17~18세기 이른바 ‘황금시대’의 해적은 부자들의 사유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과 제도 아래에서 임금을 갈취당하고 노예처럼 부려지다 살기 위해 경계를 넘은 사람들이었다. 당시 해적들이 ‘해적이 되는’ 일을 ‘책임지러 가다’(going upon the account)고 표현했던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민중역사가 마커스 레디커의 저작 ‘만국의 악당들: 황금시대의 대서양 해적들’을 각색한 그래픽노블 ‘죽음의 왕, 대서양의 해적들’은 상선에 노예로 팔려갔던 뱃사람들이 선상 봉기를 일으켜 해적이 되고, 끝내 영국 군대에 붙들려 처형을 당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존을 위해 법과 제도 바깥을 택한 이들은 배 위에서 모든 사람들이 ‘형제’가 되는 공동체를 이뤄 모든 중요한 결정을 토론에 부치고 투표했다. 노획물은 균등하게 분배되었다. ‘졸리 로저’(해골이 그려진 해적 깃발)에는, 언젠가 법과 제도에 붙들려 그 짧은 끝을 맺더라도 그동안 누릴 수 없었던 자유와 존엄, 풍요를 “신나게” 누리며 살겠다는 저항자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서로 다른 두 해적이 처형당하는 장면을 연결하는 책의 시작과 끝은, ‘채찍의 폭정’이 없어지지 않는 한 아무리 짧더라도 거기에 저항하는 삶에 대한 추구는 끝나지 않고 끈질기게 유전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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