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씨는 왜 운전대를 놓지 못할까?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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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다고 말리는데도 고령 운전자는 왜 운전을 고집하는 것일까.
노인, 시니어, 어르신 같은 말 대신 객관적이면서도 친근한 느낌을 담아 '고령자 씨'라 부르자는 것.
고령자 씨의 참견과 잔소리에는 일단 동의하면서 가볍게 받아 주는 것이 좋다, 치매로 인한 피해망상에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는 무조건 자식이 돌봐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공적 지원을 받도록 제안해 보자는 등 책에는 고령자 씨와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실용적 조언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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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피싱에 쉽게 넘어가고
키오스크 앞에서 화내는 노인
심리 및 행동 배경 설명과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한 조언 가득
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노년의 심리를 이해하는 112개 키워드
사토 신이치 지음, 우윤식 옮김 l 한겨레출판 l 1만8000원
위험하다고 말리는데도 고령 운전자는 왜 운전을 고집하는 것일까. 어르신이 유독 보이스 피싱에 취약한 까닭은 무엇일까. 마트의 셀프 계산대나 식당이나 카페의 무인 주문 기계(키오스크) 앞에서 노인들은 누구를 향해 그렇게 화를 뿜어내는 걸까.
노인들의 어떤 행동은 얼핏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젊은이들은 그런 노인들에게 거리감과 위화감을 느끼고 때로 충돌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인들 역시 과거에는 젊은이였고, 지금 젊은 이라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유엔은 65살 이상 인구 비율에 따라 고령화 사회(7% 이상), 고령 사회(14% 이상), 초고령 사회(20% 이상)로 분류하는데, 한국은 고령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갈수록 많아지는 노인 인구를 이해하고 노소가 더불어 살기 위한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의 노년 심리학 전문가 사토 신이치(오사카대 명예교수)가 쓴 ‘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는 이해하기 힘든 노인들의 심리와 행동의 배경을 설명하고 그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나이 든 부모와 사사건건 부딪히는 아들딸,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하는 노년 독자, 몸과 마음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 보호사 등이 두루 읽으면 좋을 듯하다.
지은이는 우선 노년층을 가리키는 표현부터 바꾸자고 제안한다. 노인, 시니어, 어르신 같은 말 대신 객관적이면서도 친근한 느낌을 담아 ‘고령자 씨’라 부르자는 것. 쇠퇴의 뉘앙스를 풍기는 ‘노화’ 대신 중립적인 의미를 지니는 ‘가령’(加齡)으로 나이 드는 상황을 표현하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언어 차원의 변화는 노년을 바라보는 관점을 긍정적인 쪽으로 바꾸는 데 기여한다.`
책에 인용된 일본 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60~70대가 생각하는 자신의 주관적 연령은 실제 연령에 비해 6~7살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에서는 4~5살의 차이가 나고 50~60대에서는 그 차이가 6살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실제 연령에 비해 자신을 더 젊게 간주한다는 뜻이다. 고령 운전자가 운전대를 놓지 않으려 하는 것은 자신이 여전히 유능한 운전자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지만 노년층의 교통사고가 대부분 운전 능력 미숙 때문이라기보다는 인지 능력 분배와 순간적인 판단 속도 저하 때문이라는 점에서 노년층의 자발적인 운전 중단을 유도하는 게 좋다.
고령자 씨가 보이스 피싱에 취약한 까닭은 자식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투자를 통해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인지 기능이 떨어져 상대의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스스로는 자신이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어서 속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돈을 요구하는 전화가 오면 반드시 끊고 꼼꼼하게 확인하는 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고령자 씨의 참견과 잔소리에는 일단 동의하면서 가볍게 받아 주는 것이 좋다, 치매로 인한 피해망상에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는 무조건 자식이 돌봐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공적 지원을 받도록 제안해 보자는 등 책에는 고령자 씨와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실용적 조언이 가득하다. 나이가 들어 심신이 약해지면 돌봄을 받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겨야 하며, 돌보는 이도 자신의 즐거움과 삶의 보람을 위한 여력을 남겨 두어야 한다는 조언 역시 새겨 들을 만하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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