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담은 뜰에서 우주의 이치를 궁구하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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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학자 김풍기 강원대 교수(국어교육과)가 새로 낸 '정원에서의 질문'은 옛사람들의 정원 문화를 천착한 책이다.
책 제목에 '정원'을 앞세우긴 했지만, 김 교수 자신은 고유어 '뜰'을 선호해서 책의 부제에 살리고 본문에서도 주로 그렇게 쓴다.
"그에게 뜰은 권력의 세계에서 멀리 떨어져 아름다운 자연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 주는 공간이었다"고 김 교수는 헤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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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의 질문
뜰은 좁지만 질문하는 인간은 위대하다
김풍기 지음 l 그린비 l 1만9500원
한문학자 김풍기 강원대 교수(국어교육과)가 새로 낸 ‘정원에서의 질문’은 옛사람들의 정원 문화를 천착한 책이다. 책 제목에 ‘정원’을 앞세우긴 했지만, 김 교수 자신은 고유어 ‘뜰’을 선호해서 책의 부제에 살리고 본문에서도 주로 그렇게 쓴다. 고려 후기 문인 이곡의 텃밭 풍경에서부터 안평대군의 비해당 뜰, 조선 후기 여성 문인 박죽서의 삶과 시에 투영된 뜰 등이 두루 소개된다.
뜰에 대한 문인들의 사랑은 도연명의 ‘귀거래사’의 영향과 떼어놓고 말하기 힘들다. 조선 전기의 대표적 문장가 서거정 역시 자주 귀거래를 시문으로 노래했다. 그는 불암산 부근에 마련한 별서의 “안쪽 뜰에 정자를 짓고 연못을 파고 연꽃을 심은 뒤 그 정자 이름을 정정정(亭亭亭)이라 붙이고, 좌우에 책을 쌓아 놓고 담박한 생활을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에게 뜰은 권력의 세계에서 멀리 떨어져 아름다운 자연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 주는 공간이었다”고 김 교수는 헤아린다.
15세기 후반 관료 문인들 사이에서는 돌을 쌓아 만든 가짜 산 ‘석가산’으로 뜰을 꾸미는 것이 유행이었다. 고전소설 ‘설공찬전’의 지은이 채수 역시 남산 기슭 별서에 연못과 석가산, 대나무 대롱을 이용한 폭포 등을 꾸며 놓고 그 모양과 소리를 즐겼다. 지봉 이수광은 1613년 관직을 버리고 낙산 동쪽 기슭으로 은거하는데, “사립문을 닫고 그 안에서 우주와 자연의 질서를 탐구”한 결과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지봉유설’을 저술했다. 지은이 자신이 교외에 마련한 단독주택의 뜰을 가꾸고 누리는 가운데 길어올린 사유가 곁들여져 책의 안과 밖을 연결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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