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다 수업하는 기분"... 개강하면 뭐하나, 안 돌아오는 의대생들

김태연 2024. 4. 12. 04: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과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수업을 듣는 학생이 거의 없습니다. 아랑곳 않고 무작정 온라인 강의를 하는 학교도 있고요."

의대 증원에 반발한 학생들이 대거 휴학계를 제출해 온라인 수업만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고려대 의대 관계자는 "현재 예·본과 모두 온라인 이론 수업만 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교수들이 개별 면담을 통해 학생들에게 휴학 철회를 설득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대들, 집단유급 피하려 속속 수업 재개
학사운영 연쇄 차질 탓 온라인 강의라도
학생들 반응은 냉랭... "정부부터 변해야"
11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의대의 한 강의실. 한창 수업이 이뤄져야 할 시간이지만 강의실이 불이 꺼진 채 텅 비어 있다. 김태연 기자

"과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수업을 듣는 학생이 거의 없습니다. 아랑곳 않고 무작정 온라인 강의를 하는 학교도 있고요."

11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의대의 모든 강의실은 적막했다. 개강을 맞아 시끌벅적해야 할 복도와 열람실 등 캠퍼스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학생들이 대거 휴학계를 제출해 온라인 수업만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이날 개인 공부차 도서관에 들른 본과 휴학생 A씨는 "90%가 넘는 절대 다수의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았다"며 "온라인 수업 참여도도 높지 않아 평가와 학사 일정이 수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종로구 서울대 의대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1, 2학년 강의실이 위치한 학생관과 예과생들이 주로 수업을 듣는 교육관 앞이 특히 한산했다. 몇몇 대학원생만 연구관 복도를 오갈 뿐이었다. 본과생 B씨는 "현재 대면 강의와 병원 실습이 진행되고 있으나 대부분 학생이 복학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의료계 집단행동의 한 축인 의대생 휴학 사태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교육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다수 의대들이 유급을 피하려 개강을 강행했으나, 학생들은 아직 복귀할 생각이 없다. 이들이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해 유급되면 향후 몇 년간 의대 학사운영에 연쇄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크다.


4월 넘기면 집단 유급... 개강하는 속사정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의대에서 예과 2학년생들이 듣는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서현정 기자

이날 기준 전국 40개 의대의 '유효 휴학' 신청(요건을 모두 갖춘 것)은 총 1만401건에 이른다. 전체 재학생의 55.3%다. 교육부의 거듭된 학사운영 정상화 요청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16곳이 수업을 재개했다. 나머지 대학들도 다음 주부터 순차적으로 정상적인 학사 일정에 들어간다.

의대들의 시간표는 사실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달 안에 개강하지 않으면 집단유급 사태가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학이 적어도 30주 이상은 수업하라고 정하고 있어 개강을 더 이상 미루면 수업 시수가 부족해진다. 물론 의대생들의 강의 참여율은 높지 않다. 연세대 의대 관계자는 "현역 군인으로 교육기관에서 수학하는 군 위탁생 정도나 수업을 듣지, 그 외 학생들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속이 타 들어간다. 예컨대 예과 1학년이 대거 유급될 경우 2025학년도에 증원 정원에 맞춰 입학할 인원과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한다. 강의가 크게 늘고 교육 공간도 더 확보해야 하는 등 감당해야 할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교수는 "교수들이 강의를 해도 듣는 학생이 없으니 허공에 말을 하는 느낌이라고 하더라"며 "두세 번 유급돼 졸업도 못하는 상황이 올까 봐 걱정"이라고 한숨 쉬었다.


"증원 논의 없으면 휴학 철회도 안 해"

11일 서울의 한 의대에서 흰색 가운을 입은 한 학생이 이동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일부 의대는 파국만은 면할 요량으로 이론 과목 위주의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꺼리는 만큼, 어떻게든 학사 일정을 이어가겠다는 아이디어다. 고려대 의대 관계자는 "현재 예·본과 모두 온라인 이론 수업만 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교수들이 개별 면담을 통해 학생들에게 휴학 철회를 설득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강의도 안 듣는 학생들을 위해 강의 동영상을 학교 사이트에 올려 놓은 곳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당분간 의정갈등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9, 10일에도 5개 의대에서 학생 4명이 추가로 휴학계를 냈다. 지방 의대에 재학 중인 C씨는 "유급이 우려되지만 이미 그런 부분은 감수하겠다는 마음으로 집단행동을 결의한 것"이라며 "정부가 의대 정원이나 필수의료 패키지 등에 관해 논의할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휴학을 철회하는 학생은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