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하, 6월→9월로 늦춰지나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들어 3개월 연속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개시가 6월에서 7~9월 등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10일 미 노동부는 3월 소비자물가가 3.5% 올라 6개월 만에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전달 상승률인 3.2%와 시장 예상치인 3.4%를 모두 상회했다. 3월 미국 신규 일자리가 30만3000개 늘어 시장 전망인 20만개를 크게 뛰어넘은 데 이어 물가 지표까지 ‘깜짝’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훨씬 끈적한(Sticky)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오는 6월에서 9월 이후로 크게 후퇴하는 분위기다. 연준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둔화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금리를 낮추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연준이 금리를 더 늦게, 더 적게(later and fewer)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 내 매파 목소리 커질 듯
10일 공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은 이런 경계심에 힘을 실었다. 회의록은 “거의 모든 위원이 올해 어느 시점에선 기준금리를 완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계속 둔화될 것이란 확신을 얻기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적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또 지난달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 인플레이션 경로에 대한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제롬 파월 의장은 미 CPI가 지난 1~2월 두 달 연속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것에 대해 계절적 요인의 영향을 언급하며 “2%로 향해 가는 경로가 바뀌진 않았다”고 했지만, 연준 위원 일부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회의록엔 “일부 참가자들은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이 상대적으로 광범위했기 때문에 단순히 통계적 오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가운데 3월 물가·고용 지표가 강하게 나타남에 따라 연준 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 건너가는 6월 인하 전망
이에 따라 6월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JP모건은 “6월 금리 인하의 문이 꽉 닫혔다”고 했다.
시장금리로 연준의 기준금리를 전망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17.9%로 전날(56.1%)의 3분의 1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다. 7월 금리 인하 확률도 37.6%로 집계됐다. 9월에나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 일부에선 연준이 11월 미국 대선 이후에 금리 인하를 시작한다는 데에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금리가 계속된다는 전망에 국채 금리는 5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이날 미 재무부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19%포인트 급등한 연 4.55%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달러 강세로 이어져 유로·엔화 등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105.3까지 올라 역시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속속 전망 수정하는 투자은행들
주요 투자은행(IB)도 잇따라 금리 인하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10곳 중 4곳은 이달 들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 전망을 뒤로 미뤘다. 웰스파고와 TD는 올해 5월에서 6월로, JP모건과 노무라는 6월에서 7월로 각각 금리 인하 개시 시점 전망을 늦췄다.
연준이 점도표상으로 예고한 연내 3차례 금리 인하도 쉽지 않단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노무라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3회에서 2회로 줄였고, 골드만삭스는 올해 7월과 11월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 운용사 핌코의 티파니 와일딩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고용 보고서에 이은 인플레이션 지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첫 금리 인하 시기가 올해 중반 이후로 미뤄질 뿐 아니라 내리는 속도도 다른 선진국보다 점진적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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