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분노, ’5차 중동전’ 불 댕기나[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네타냐후,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수
이란,보복 수위 따라 확전 리스크 감수해야
'이에는 이' 이란, 以 해외공관 공격할 수도
확전 시 유가 100달러 돌파, 경제에 먹구름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중동 정세가 초긴장 상태다. 미국과 주변국들이 개입할 경우 확전은 불가피하다. 단순 보복에 그칠지, '5차 중동전'의 도화선이 될 지 주목된다.
◆선 넘은 이스라엘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했다. 이 공격으로 모두 12명이 사망했다. 특히 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의 레바논·시리아 담당 지휘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와 부지휘관 모하마드 하디 하지 라히미, 그리고 다른 6명의 혁명수비대 장성들이 숨졌다.
이스라엘은 지난 수년간 자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시리아 내 이란 및 친이란 민병대 목표물을 공격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교 허브이자 이란의 영토로 간주되는 영사관을 타격함으로써 선을 넘었다.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왜 이런 행동을 취했을까.
일단 이스라엘은 이번에 폭격한 이란 영사관이 일반적인 외교 공관이 아니라 중동의 친이란 무장조직을 관할하는 지휘통제소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민간 건물로 위장한 쿠드스군의 군용 건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공격으로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 다수가 숨졌다. 혁명수비대는 이란군과는 별개의 군사 조직으로, 종종 해외에서 비밀 작전을 담당한다. 이스라엘 인사들은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에 적대행위를 한 대가라고 말한다.
또 하나는 정치적 목적이다. 현재 네타냐후 정권은 사면초가다. 지금도 이스라엘에선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네타냐후 총리의 사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퇴하고 총선을 치르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공격은 전선을 확대함으로써 돌파구를 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길어지는 전쟁, 진전 없는 인질석방 협상 등과 관련된 국내외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 대선도 얽혀 있다. 네타냐후는 '친(親) 이스라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복귀에 베팅하고 있기 때문에 호전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를 돕기 위해 네타냐후는 오는 11월 미 대선까지 전쟁을 이어나가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보복' 딜레마
이란 지도부는 강력한 응징을 예고했다. 이스라엘과 미국 모두 표적이 될 수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영사관 폭격으로 오랫동안 부글부글 끓던 양국의 '그림자 전쟁'이 위험한 새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란은 복수 시기와 방법, 수위를 두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전부터 미국, 이스라엘과의 직접 대결을 피해왔다. 전면적 응징에 나설 경우 이스라엘, 더 나아가 미국과의 정면 대결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싸우면 가자지구에 한정된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쿠드스군 지휘관이 죽었는데도 응징의 수위가 낮으면 국가의 위신이 추락한다. 이란을 대리해 싸우고 있는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 이른바 '저항의 축'도 사기를 잃을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셈법 때문에 이란은 혼란을 더 키우지 않으면서도 적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란은 친이란 세력을 통한 대리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란을 대신해 이스라엘이나 미국과 싸울 수 있는 조직은 팔레스타인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반군 후티, 시리아 정부군,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등이다. 이들 무장조직이 이스라엘이나 중동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기지를 직접 공격하는'저강도 군사 도발'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공격에는 고정밀 미사일이 동원될 수 있다.
또한 이란이 직접 이스라엘의 해외공관이나 해외에 있는 유대인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오랫동안 억제하려고 노력해온 핵 프로그램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국제유가 비상, 배럴당 100달러 '경고등'
이렇게 중동에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유가는 상승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리스크는 석유 공급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이란이 개입되면 유가는 오를 수 밖에 없다.
이스라엘이나 하마스와 달리 이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서 세 번째로 큰 산유국이기 때문이다. 이란이 군사적 충돌에 휘말리게 되면 이란과 그 주변은 전쟁 지역이 된다. 이란산 원유뿐만 아니라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 산유국의 원유 공급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현재 OPEC 플러스는 하루 220만 배럴 자발적 감산을 실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기존의 수출 감축을 감산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중동의 혼란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를 보면 원유 공급은 이미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을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이 의도치 않은 공급 차질에 휘말릴 경우 원유 공급은 한꺼번에 부족해진다. 이에 유가가 배럴당 100 달러대로 향할 가능성이 전망된다. 세계 경제가 취약한 상태여서 원유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재앙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이 우려된다.
늘 그렇듯이 전쟁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이는 민간인들이다. 보복의 악순환을 통해 전쟁이 확산되는 상황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피해야 한다. 이를 막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이 열쇠를 쥐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현명하게 상황 관리를 해야 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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