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준일]與, 뺄셈만 하고… 이기길 바랐나

김준일 정치부 기자 2024. 4. 1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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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4·10총선에서 참패했다.

그런데도 총선이 다가와도 벌어진 틈을 덧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총선 민심이 피부로 느껴지는 계절이 되자 수도권 후보들의 우려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수도권 판세가, 참패했던 21대 총선 못지않다는 아우성이 지난달 국민의힘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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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정치부 기자
#1. 총선 5일 전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대학 후배가 “국민의힘은 왜 개혁신당하고 힘을 안 합치냐”고 물어왔다. 대수롭지 않게 “이미 늦었고, 당이 이준석을 싫어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후배는 “30대 남성표 많이 가진 사람 내치고 국민의힘이 왜 2030 타령하느냐”고 했다.

#2.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연합정부”라고 했다. 무슨 말이냐 했더니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말고도 각자 홍준표 유승민 이준석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문재인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면서 우주의 기운을 모아 겨우겨우 0.73%포인트 차 승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그렇게 대통령이 됐는데 유승민을 내치고, 이준석을 내치고, 안철수를 내치려 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4·10총선에서 참패했다. 어떻게 보면 예정돼 있던 일일지 모르겠다. 지금 여권 핵심은 정권을 잡은 이후 뺄셈 정치만 했다. 제일 먼저 유승민 전 의원을 내쳤다. 유 전 의원은 대선 경선에서 지고 경기지사에 도전했지만 여권 핵심부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라며 유 전 의원을 끌어내렸다. 이후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과 멀어졌다. 적지 않은 중도 표심이 떠나갔다.

다음 차례는 이준석 당시 당 대표였다. 친윤(친윤석열)들은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고성 충돌을 일으켰던 이 전 대표가 당권을 계속 쥐는 걸 원치 않았다. 외견상 징계였지만 사실상 쫓아냈다. 그렇게 많은 30대 남성표도 사라졌다.

뺄셈은 계속됐다. 지난해 3·8전당대회 국면에서 대통령실은 당 대표가 되고자 했던 나경원 전 의원을 “공직(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자기 정치를 한다”며 공격해 무릎 꿇렸다. 나 전 의원은 정통 보수층에서 인기가 많다. 안철수 의원이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를 말하자 대통령실은 “안 의원은 윤심 후보를 자처할 자격이 없다”고 공격했다. 안 의원은 어쨌거나 대권 주자다.

지난 대선에서 촘촘한 스크럼을 짰던 보수 진영은 그렇게 느슨해졌다. 틈이 벌어진 곳으로 유권자들이 빠져나갔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런데도 총선이 다가와도 벌어진 틈을 덧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총선 민심이 피부로 느껴지는 계절이 되자 수도권 후보들의 우려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수도권 위기론을 앞장서 경고해 온 4선 중진 윤상현 의원은 “우리 내부에 치유하기 힘든 암 덩어리 같은 게 있다. 덧셈의 정치보다 뺄셈의 정치 흐름이 강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빼기만 하면서 어떻게 선거를 치르냐는 것이다.

수도권 판세가, 참패했던 21대 총선 못지않다는 아우성이 지난달 국민의힘을 뒤덮었다.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누구든 가려선 안 된다”(김성태 서울권역선대위원장)며 유 전 의원 등 내쳤던 사람들에게 다시 손을 내밀자는 목소리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하지만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생각해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그동안 보수당은 사분오열됐다가도 선거 국면에선 뭉치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이번엔 그러는 척도 안 했다.

덧셈은 없고 뺄셈만 하던 여당의 총선 결과는 어떠한가. 총선 마지막 날 한 위원장과 후보들은 “딱 한 표가 부족하다”고 읍소했다. 이미 가졌던 표를 내던져놓고 마지막에 한 표를 더한들 승리할 수 있었겠나.

김준일 정치부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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