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활짝 열어주는 한마디[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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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신기하다.
계절마다 딸네 집에 올 뿐인데 10년쯤 산 나보다도 우리 동네 사정을 잘 안다.
엄마는 대체 그런 델 어떻게 찾아가고 속 깊은 대화까지 나누는 걸까.
엄마의 그런 면이 너무나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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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꽃 화분으로 뒤덮인 구멍가게. 낡은 자판기 앞에 내어둔 의자에 노인들이 쉬어가곤 했다. 엄마는 대체 그런 델 어떻게 찾아가고 속 깊은 대화까지 나누는 걸까. 유심한 발견과 다정한 참견이랄까. 엄마의 그런 면이 너무나 신기했다. 비결은 우연히 알게 되었다.
엄마랑 시장 과일가게에 갔다. 근처 마트보다 저렴하고 맛있어서 일부러 찾아가는 가게였다.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말했다. “아까 과일들 일일이 만져보고 담아주는 거 봤지? 주인이 무뚝뚝해도 너 알아보곤 마음 써주시더라. 담엔 골라준 과일 맛있다고 한마디라도 해드려. 좋은 얘기는 먼저 꺼내서 칭찬해 줘. 사람 마음이 겨우 말 한마디에 좋아진다. 마음이 활짝 열리거든.”
실은 눈치채지 못했다. 가게 주인이 나를 알아보는지, 좋은 과일을 골라주는지. 당연한 손님 응대가 아니었구나. 며칠 뒤 과일가게에 들렀다. 정말로 주인이 과일들 만져보고 골라 담아주기에, 주저하다가 엄마가 알려준 대로 말을 건넸다. “사장님이 골라준 과일들 맛있게 먹고 있어요. 감사해요.” “어유, 찾아와 주니 내가 더 감사하죠.” 뚝뚝했던 주인이 방그레 웃으며 과일값 3000원을 마저 깎아주었다.
장바구니에 담긴 둥그런 천혜향을 만지작거리며 동네를 걸었다. 마음이란 아마도 이런 모양일까. 우둘투둘 딱딱한 껍질도 까보면 속은 말랑하고 달콤할 테지. 마음은 내어 줄수록 잘 영글어 다정한 것이 된다. 기분이 좋았다. 요 앞에 단골 가게가 생겼는데 거기 주인이 골라줬다고. 과일 까먹으며 가족들한테 얘기해 줘야지. 좋은 건 나눌수록 더 좋아지니까.
고수리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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