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27일부터 ‘개물림 사고’법 강화

출근길에 산책 나온 개들을 종종 마주친다. 대다수 보호자들이 목줄을 착용시키고 배변봉투를 챙겨 다니는 등 예전보다 반려문화가 성숙해가고 있는 듯하다. 보호자는 펫티켓을 잘 지키고, 사회적으로는 반려견 산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사람과 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산책 시 여전히 개에게 목줄을 착용하지 않거나 보호자가 주의를 소홀히 한 틈을 타 개가 집에서 탈출하여 사람이나 동물을 무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 경우 보호자는 사실관계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할 수 있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 만큼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호자로서는 외출 시 튼튼한 목줄을 항상 착용, 잘 잡고 있도록 하고, 개가 쉽게 탈출할 수 없도록 펜스를 설치하는 등 예방조치를 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오는 4월27일부터는 물림 사고 발생 시 보호자뿐만 아니라 해당 개에게도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개가 사람 또는 동물에게 위해를 가한 경우 시·도지사는 기질평가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개의 기질을 평가하고, 공격성이 높으면 ‘맹견’으로 지정할 수 있다. 품종과 관계없이 어떤 개든 맹견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개가 맹견으로 지정되면 보호자는 외출 시 개에게 의무적으로 입마개를 착용시켜야 한다. 동물 등록, 중성화 수술은 물론 책임보험에 가입하여야 하며, 맹견사육 허가를 받고 정기적으로 교육도 받아야 한다. 공공의 안전에 위험 발생 우려가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개가 안락사될 수도 있다.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제도가 인간 편의적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락사라는 극단적인 조치는 해당 개에게 교육이 전혀 통하지 않고 환경을 변화해도 개선이 없는 경우 등 최후 수단으로만 고려되어야 한다. 인간 사회의 규칙을 모를 수밖에 없는 개의 목숨을 빼앗기에 앞서, 개를 잘 교육시키고 인간과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인간의 책임’이 깊이 자각되어야 한다.

박주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