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한의말글못자리] 소통의 돌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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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 통하면 말씨름이 벌어지고, 대화가 줄기를 벗어나 감정이라도 건드리면 격렬한 다툼으로 끝나게 된다.
그 '말글살이 마당'에 박힌 돌부리는 말씨나 언어 예절과 달리, 겉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의사소통의 장애물이다.
소통이 안 되면 일단 대화 당사자 모두의 책임이다.
'나이 먹은 사람은 요새 다 어떻다'는 식의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은 소통의 돌부리 가운데 아주 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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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지긋한 사람이 탄식하는 걸 들었다. 젊은이들과 통 대화를 못 하겠다, 조금이라도 그들하고 연관된 말을 하면 하나같이 ‘젊은 세대의 실정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입을 닫아버리니, 자기가 진짜 세대 차이를 모르는 건지, 그들이 그런 식으로 세대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지 참 답답하다고 했다.
소통이 안 되면 일단 대화 당사자 모두의 책임이다. 이 경우, 나이 지긋한 이는 젊은 세대의 실정을 정말 몰랐기 때문에, 젊은이는 상대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대화가 계속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나이 먹은 사람은 요새 다 어떻다’는 식의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은 소통의 돌부리 가운데 아주 흔한 것이다. 그것 못지않게 널린 게, 나이 지긋한 이가 소홀했을지 모를 ‘젊은 세대의 실정’ 같은, 대화와 관련된 것에 대한 ‘무지’이다. 이런 선입견, 무지 따위는 검증도 어렵고 드러나면 창피하니까 당사자들이 불통 책임을 인정하는 예가 드물다.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돌부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주고받는 단어의 뜻에 관한 무지가 요즘 부쩍 눈에 띈다. 책보다 모니터와 가깝고 한자어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가 나이든 세대와 쓰는 낱말부터 매우 다름은 두루 아는 사실이다. 세대 차이라 생각한 게 알고 보니 낱말의 뜻을 몰랐기 때문이라면 불통의 대처 방법이 달라진다. 하지만 상대가 입을 닫아버려 대화를 잇기조차 힘든 형편에, 서로 말뜻을 묻고 풀이해 주는 이해심은 발도 붙이기 어렵다.
한국인이 마음을 이야기하며 쓰는 말의 하나가 ‘한(恨)’이다. 욕망이 막힐 때, 무엇보다 소통을 하고 싶은데 도무지 안 되어 원망이 쌓일 때 맺히는 게 그것이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한은 풀어야 한다. 너나없이 소통의 마당에 박힌 돌부리 뽑기에 나서면 한풀이에 도움이 될 터이다.
최시한 작가·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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