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에너지 정책도 ‘심판’…신규 원전 건설 등 차질 예상

박상영 기자 2024. 4. 1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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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로 미룬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밑그림 수정 촉각
2038년까지 15년 대계 조만간 발표
압승한 야당, 원전 확대 법안 반대
신재생에너지 분야 탄력 전망 속
윤 정부, 밀어붙이기도 배제 못해

4·10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작성 시점까지 앞당기면서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야당의 강한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이 커졌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에너지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11차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는 현재 신규 원전 규모, 신재생에너지 비중 등의 쟁점을 논의 중이다. 11차 전기본에는 2024∼2038년 발전원별 구성비, 송·변전 설비 규모 등이 담긴다. 당초 11차 전기본은 총선 전에 나올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정부가 원전 등 에너지 문제가 선거 쟁점으로 부상하는 데에 부담을 느끼면서 총선 이후로 발표가 미뤄진 상태다.

전기본은 향후 15년간 전력설비 확충 계획을 담는 밑그림으로 2년 주기로 작성된다.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해서는 전기본에 먼저 반영돼야 한다. 이에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을 보다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예정보다 6개월가량 앞당겨 올해 상반기에 11차 전기본을 수립하기로 했다.

원전업계에서는 ‘10기 이상’의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부지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2∼4기’로 좁혀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소형모듈원전(SMR)도 처음으로 전기본에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MR은 발전 용량이 300메가와트(㎿)가량으로, 일반적인 대형 원전 1기의 발전 용량 1000㎿의 3분의 1 수준이다. 대형 원전과 달리 SMR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설치할 수 있지만,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다. SMR은 계획대로라면 늦어도 2031년 최초 호기가 준공될 예정이어서 2038년까지의 전력설비 계획을 담는 11차 전기본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함에 따라 신규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목소리에 힘이 쏠리게 됐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기본은 국회 보고만 거치므로 신규 원전 사업 착수는 가능하지만, 야당이 법안 통과와 예산 등을 지렛대로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원전 확대를 염두에 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고준위특별법은 방사성폐기물 영구 처분 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법안으로, 통과되지 않으면 신규 원전 건설이 어려워진다.

그동안 제동이 걸렸던 재생에너지 정책은 탄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전면에 내세운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40%를 목표로,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재도입,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 비율(RPS) 상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정책은 모두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됐거나 후퇴한 정책이다. 대폭 축소됐던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이 내년에는 복원될 가능성도 있다. 주택과 건물 등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 사업’ 등 관련 예산은 줄줄이 삭감된 상태다.

다만,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신규 원전 건설은 국회 동의와 상관없이 추진할 수 있는 데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만큼 시행령 등을 통해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대통령실에서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달려 있다”며 “과거처럼 합의점을 찾지 않고 ‘강 대 강’으로 대치가 이어지면 21대 국회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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