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율 따라 흐르는 꿈과 현실[책과 삶]
피아노 조율사
궈창성 지음 | 문현선 옮김
민음사 | 220쪽 | 1만5000원
노년의 사업가 린쌍은 젊은 음악가 아내 에밀리를 병으로 잃었다. 린쌍은 아내가 운영하던 피아노 학원을 정리하려다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를 듣는다. 연주의 주인공은 전문 연주가나 수강생이 아닌, 피아노 조율사였다.
대만 작가 궈창성의 <피아노 조율사>는 이 조율사와 린쌍의 삶을 엮으며 이어진다. 초심자가 들어도 인상적인 연주에서 알 수 있듯, 조율사는 예사 인물이 아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보여 연주자의 꿈을 키워왔다. 다만 가정 여건과 개인 성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연주자가 되지 않은 채 조율사로 진로를 틀어 중년에 이르렀다.
피아노 조율이 연주보다 쉬운 일이라는 뜻은 아니다. 피아노 주인의 선호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악기를 건드리다 망가뜨릴 수도 있다. 최고급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라도 지속적인 보살핌이 없으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될 수 있다. <피아노 조율사>는 글렌 굴드, 리흐테르, 라흐마니노프, 슈베르트 등 전설적인 음악가들의 음악과 삶을 통해 조율사의 음울한 내면을 묘사한다. 어린 시절 조율사의 재능을 알아본 추 선생,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잠시 귀국한 피아니스트, 조율사가 된 이후 만난 에밀리를 거치며 조율사는 삶의 굴곡을 넘는다.
노년의 추 선생은 옛 제자 조율사에게 편지를 남긴다. “나는 늘 우리 과 학생들에게 꿈이란 반드시 좇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소유하거나 정복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어. 그건 양심처럼 가슴에 있는 가장 진실한 선율이지, 몸 밖에 있는 게 아니라고.” 작가는 소설을 쓰지 않기로 하고 결심을 지키다가 “13년 동안 내면 깊은 곳의 회의감, 상처의 누적에 따른 피로와 미망을 마주한 결과”로 <피아노 조율사>를 썼다고 한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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