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에 세 아들 잃었지만…‘정치적 돌파구’ 얻은 하마스 수장
‘해외 호화생활’ 논란 하니예
가족 희생에 입지 회복 전망
휴전협상서도 주도권 평가
하마스 정치 최고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사진)의 아들 3명이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의해 사망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 3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사이 해외에서 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하니예에게 이번 사건이 정치적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휴전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국제사회 요구를 하니예가 거부할 명분이 생기면서 가자지구 평화 정착은 더 어려워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알샤티 난민촌을 공습하는 과정에서 하니예 아들 하젬과 아미르, 무함마드가 폭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니예 손주 4명도 함께 숨졌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이들이 같은 차를 타고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이드 알피트르’ 행사장으로 가다 미사일 공격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아미르는 하마스 군사조직 지휘관이고, 하젬과 무함마드는 일반 대원이었다”며 “이들은 가자지구 중부에서 테러를 일으키기 위해 이동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최근 하마스 내에서 입지가 크게 흔들렸던 하니예가 이스라엘군 공격에 아들을 잃었지만, 정치적으론 이득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군의 계속된 폭격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도주의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하니예는 카타르와 튀르키예를 오가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하니예는 자식의 죽음으로 자신의 고통을 가자지구 주민의 고통, 나아가 팔레스타인 전체의 고통에 비유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하니예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가 국외 망명 생활을 하며 하마스 정치국을 이끄는 동안 아들들은 가자지구에 남아 있었다”면서 “그들은 순교자”라고 밝혔다. 여기에 야히야 신와르 등 가자지구 내에서 활동하는 하마스 고위 인사들과의 세력 다툼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주장도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재 진행 중인 휴전 협상에서도 하마스와 하니예가 주도권을 잡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니예는 “복수심과 살의에 불타는 범죄자인 적(이스라엘)은 모든 규범을 무시했다”며 “우리 아들들을 표적으로 삼는다고 해서 하마스가 태도를 바꾸리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망상”이라고 말했다. WSJ는 “하니예 가족에 대한 공격은 다른 전략적 목표가 모두 무산되더라도 하마스 고위 인사를 절멸하겠다는 이스라엘군의 작전 방식을 보여준다”며 “휴전 회담은 더 불안한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 압박이 커질 것”이라며 “하마스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전쟁 영구 종식의 로드맵을 새롭게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CNN에 따르면 하마스는 전날 미국·카타르 등 협상 중재국에 “현재 가자지구엔 교환 조건을 충족하는 인질 40명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 인질 가운데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로, 휴전 협상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앞서 중재국들은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40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900명을 석방하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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