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 잃고 울타리 고치는’ 환경부

김기범 기자 2024. 4. 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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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울타리로 산양 떼죽음
논란 커지자 부분 개방 추진
천연기념물 산양 두 마리가 지난달 21일 강원 양구 민통선 부근 지역에 설치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울타리에 가로막혀 헤매고 있다. 김기범 기자

환경부가 천연기념물 산양이 지난겨울 유독 많이 폐사한 원인으로 추정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울타리 부분 개방을 추진한다.

환경부는 12일 멸종위기 포유류 산양 보호를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ASF 울타리 부분 개방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자문회의에는 환경부, 문화재청,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강원 양구군 산양복원증식센터 등 관계기관과 시민사회 및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자문회의에서 그동안 벌여온 산양 보전 활동을 점검하고, 주요 폐사 원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ASF 차단 울타리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방안을 비롯해 향후 폭설·산불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 산양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도 논의한다.

또 환경부는 강원 북부에 서식 중인 산양 개체군의 서식밀도를 파악하고 산양 서식 현황을 조사해 보호대책을 관계기관, 시민사회, 관련 전문가 등과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환경부가 ASF 울타리 부분 개방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지난 2월부터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ASF 울타리로 인해 산양들의 폐사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문화재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까지 강원 북부에서 폐사한 산양은 537마리에 달한다. 이는 국내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산양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 수치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이미 기능을 상실한 ASF 울타리의 부분 개방을 지난해에만 실시했어도 지난 겨울 같은 산양 떼죽음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ASF 울타리가 멧돼지 이동은 막지 못하는 반면 다른 야생동물의 이동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강원도에 설치한 ASF 울타리는 1179㎞에 달한다.

환경부는 자문회의에서 산양 폐사 원인으로 지목된 ASF 울타리의 일부 구간을 개방하고, 야생동물의 이동 등 생태 단절 영향 조사를 추진하기 위한 지점 선정 등 구체적인 방법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또 회의 결과를 반영해 ASF 차단 울타리 생태계 영향 조사도 내년 5월까지 수행할 계획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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