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대표로 돌아온 조국…대검 앞에서 “김건희 즉각 소환하라”

김상범 기자 2024. 4. 1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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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석 필요한 패스트트랙 등 놓고 캐스팅보트 가능성
진보당 등과 교섭단체 꾸릴 수도…일각선 “과대평가”
총선 끝나자마자 대검 방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비롯한 22대 국회 비례대표 당선인들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4·10 총선으로 거대 양당의 외곽 지대에서도 유의미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가장 굵직한 파동은 총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이 냈다.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정권에 맞서는 ‘쇄빙선’ 역할을 자임했지만 국회 운영의 열쇠를 쥔 캐스팅보트 역할 또한 가능해졌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여타 소수 정당들도 조국혁신당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이유다. 조국혁신당을 중심으로 제3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총선 다음날인 11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국혁신당의 약진 배경 및 향후 영향력에 대한 평가가 분주히 오가고 있다. 현 정권은 물론이거니와 이재명 체제 민주당도 꺼림칙해하는 친야 성향 유권자들의 수요를 포착한 점, 가족 모두 수사기관에 시달린 조 대표 본인에 대한 동정심 등이 조국혁신당 흥행에 두루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정권 종식 및 ‘사회권 선진국’ 같은 진보적인 주장을 펼치며 민주당의 왼쪽 날개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조국혁신당의 존재감이 정치권의 보복·대결 정서를 증폭시켜 정치문화를 극단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당장 조 대표와 당선인들은 총선 이후 첫 행보로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아가 “마지막으로 경고한다”며 “검찰은 김건희 여사를 즉각 소환해 조사하라. 그렇지 않으면 김 여사는 특검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고 밝혔다.

민주당도 조국혁신당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는 두 당의 관계설정 방식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조국혁신당이 기본적으로 (민주당의) 우당(친구정당)이라는 점 등을 비롯해 향후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22대 국회에서 조국혁신당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우선 민주당 단독으로 180석을 확보한 지난 21대 국회와 상황이 다르다. 이번에 민주당은 175석(지역구 161석·비례대표 14석)을 확보했다. 쟁점 법안을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발동 조건인 180석에 못 미친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노란봉투법·이태원참사특별법을 비롯해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22대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여당 반대를 우회하려면 조국혁신당 협조가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조국혁신당 중심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온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명찰을 달고 당선된 비례대표들 가운데, 진보당 정혜경·전종덕 당선인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사회민주당 한창민 당선인은 조만간 자신들의 소속 정당으로 원대복귀한다. 여기에 윤종오 진보당 당선인(울산북구)까지 더하면 소수 정당 당선인은 총 5명이다. 원래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종민 새로운미래 당선인과 더불어민주연합 내 시민사회 추천몫 당선인 2인까지 더하면 교섭단체 조건(20명)을 충족할 수 있다. 독자적으로 국회 의사일정과 상임위원회 운영 등 주요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 대표 본인도 “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과 공동 교섭단체를 만드는 일은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라고 밝혀 왔으며 사회민주당도 이날 “대한민국 정치에서 보지 못했던 연합정치의 상상력을 함께 만들어 내자”며 연정 의사를 피력했다.

반면 조국혁신당 역할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일단 민주당만으로도 과반 의석을 얻었기 때문에 일부 쟁점법안을 제외하면 일상적인 의정에서 조국혁신당 도움을 받을 일이 그렇게 절실하지는 않다. 조국혁신당도 민주당 노선에 거스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지난 21대 국회에서의 열린민주당-민주당 관계로 정리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열린민주당은 추후 민주당에 흡수합병됐다.

조 대표의 입시비리·감찰무마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 점도 향후 행보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다. 당분간 ‘로키’ 행보가 낫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억지로 끌어모아 교섭단체를 만들면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고, 독자 노선을 걷는 과정에 ‘오만하다’ 프레임까지 씌워질 수 있다”며 “당분간 정권 반대투쟁의 전위대 역할에 충실하는 편이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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