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99승' 류현진, 4126일 만에 빛낸 '최강한화'…한화, 두산 잡고 5연패 탈출 성공 [잠실 리뷰]
[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한화 이글스가 5연패에서 벗어났다.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은 시즌 첫 승을 거뒀다.
한화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연습경기에서 3대0으로 승리했다. 한화는 5연패에서 벗어나면서 시즌 9승(7패 1무) 째를 거뒀다. 3연승에 실패한 두산은 시즌 10패(7승) 째를 당했다.
이날 두산은 김태근(중견수)-허경민(3루수)-양의지(지명타자)-김재환(좌익수)-강승호(2루수)-양석환(1루수)-박준영(유격수)-장승현(포수)-김대한(우익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한화는 최인호(좌익수)-요나단 페라자(우익수)-노시환(3루수)-채은성(지명타자)-안치홍(1루수)-문현빈(2루수)-이진영(중견수)-최재훈(포수)-이도윤(유격수)이 선발 출장했다.
이날 한화 선발 투수는 류현진.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98승을 거뒀던 류현진은 12년 만에 돌아온 KBO리그 무대에서 3경기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개막전이었던 3월23일 LG 트윈스전에서는 3⅔이닝 5실점(2자책)을 기록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수비 실책이 나오는 등 야수의 도움이 아쉬웠다. 29일 KT 위즈전에서는 6이닝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을 했지만, 타자의 득점 지원이 아쉬웠다.
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부진했다. 70구 이후 구위가 확 떨어졌고, 제구도 흔들렸다. 4⅓이닝 동안 9개의 안타를 맞으며 9실점을 했다.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실점이었다.
류현진은 독기를 품고 시즌 네 번째 등판을 준비했다. 선발 등판을 앞두고 불펜 피칭을 하지 않지만, 이례적으로 불펜에 들어가 공을 던졌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을 향해 굳건한 믿음을 보였다. 최 감독은 "70구에서 100구 사이 구간 적응은 류현진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선발투수들이 아직까지 적응 단계다. 그 구간에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걸 우려할 건 아니다. 5월 정도 가는 과정에서 그러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는데 다른 투수도 도 마찬가지"라며 "아직까지는 걱정 안 해도 될 거 같다"고 했다.
만약의 사태도 대비했다. 최 감독은 지난 키움전에 대해 "류현진이 갑자기 난타당하는 바람에 불펜 투수가 몸을 풀 시간이 부족했고 교체 타이밍을 놓쳐 실점이 늘어났다"라며 "내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최 감독은 "다음 경기부터는 괜찮을 것"이라고 했지만, 두산전에서는 조금 더 빠르게 벤치도 움직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류현진이 승리가 없지만 워낙 좋은 투수다.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를 잘 이용하고 강약 조절을 잘한다. 영리한 피칭을 하는 투수다. 체인지업, 느린 커브, 직구가 다 좋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이어 "한국 최고의 좌완투수이지만 그 투수를 이기지 못하면 위로 올라가지 못한다. 올해 우리가 스윕도 없고 3연승도 없다. 우리 선발도 브랜든이니 좋은 경기 해보겠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시절 류현진과 함께 인천에서 야구를 한 김재환은 "나도 (류)현진이 형과의 맞대결이 궁금하다"라며 "현진이 형과는 같은 지역 출신이다. 그런데 고교 시절에도 플래툰 때문에 한 번도 못 쳐봤다. 처음 만나 설렌다. 중학교 2학년 때 한 번 상대한 기억이 있는데 엄청 강렬했다. 지금도 커브가 정말 좋지만 그 때도 커브는 내 머릿 속에 있다"라고 맞대결에 대한 설렘을 내비치기도 했다.
'동갑내기' 두산 포수 양의지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를 다녀온 정말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 친구가 다시 와서 같이 경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라며 "열심히 하려고 한다. (류)현진이도 많이 답답한 거 같은데 지금 현진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팀이 중요하다. 우리도 마이너스를 빨리 플러스로 바꿔야 한다"라고 각올르 전했다.
이날 류현진은 자신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한껏 활용했다. 최고 구속 148km가 나온 직구가 32개를 기록한 가운데 체인지업도 31개를 던졌다. 커브(19개)와 커터(12개)를 섞었다.
1회초 한 점을 지원받은 가운데 류현진은 1회말을 삼자범퇴로 시작했다. 1회말 선두타자 김태근을 1루수 뜬공으로 잡았고, 허경민을 1루수 파울 플라이 아웃시켰다. 베테랑 양의지도 땅볼로 아웃.
2회말 첫 출루가 나왔다. 선두타자 김재환을 뜬공으로 잡은 뒤 강승호를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했다. 양석환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첫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박준영을 상대로 2B에서 연속으로 5개를 체인지업 승부를 하는 집요함을 보이며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3회 삼진 2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막았고, 4회말에는 2사 후 볼넷이 나왔지만, 역시 삼진 2개를 더했다.
노히트노런 행진이 이어졌던 가운데 5회 첫 안타가 나왔다. 2사 후 교체 출장한 김기연이 안타 주인공. 두산은 포수 장승현이 4회초 수비 중 타구에 맞아 김기연으로 교체했다. 김기연은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중전 안타를 만들었다. 김대한과 9구의 승부 끝에 낮게 떨어진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수비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에도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6회말 1사에서 허경민의 평범한 우익수 뜬공을 페라자가 놓치면서 위기를 맞았다. 폭투가 나오는 등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양의지와 김재환을 모두 뜬공으로 잡아냈다. 공교롭게도 모두 페라자에게 타구가 갔다. 페라자는 두손으로 공을 잡으며 앞선 실책을 의식하는 듯한 수비를 했다.
류현진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타선은 총 2점을 지원했다 1회초 선두타자 최인호가 2루타를 쳤고, 이후 노시환의 안타가 나왔다. 3회초 채은성의 볼넷과 안치홍의 적시 2루타로 2-0을 만들었다.
류현진은 7회말 장시환과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쳤다.
한화 타선은 8회초 쐐기점을 냈다. 2사 후 채은성이 안타를 치고 나갔고, 폭투로 2루를 밟았다. 이후 안치홍의 적시타로 3-0으로 달아났다.
불펜진은 류현진의 승리를 지켜줬다. 류현진 이후 장시환(1이닝)-한승혁(1이닝)-주현상(1이닝)이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승리를 지켰다.
두산은 브랜든 와델이 6이닝 2실점으로 호투를 펼쳤지만, 타선이 도와주지 않으면서 시즌 첫 패전(3승) 째를 당했다. 브랜든에 이어서는 김명신(1이닝 무실점)-홍건희(1이닝 1실점)-김택연(1이닝 무실점)이 차례로 등판했다.
류현진은 2012년 9월25일 이후 잠실 두산전 이후 4216일 만에 KBO리그 승리를 따냈다. 시즌 첫 승이자 개인 통산 99승 째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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