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은 온통 "류현진"이었다, 4216일 기다린 낭만 99승…한화 드디어 5연패 탈출[잠실 게임노트]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류현진(37, 한화 이글스)이 드디어 국내 복귀 첫 승과 99승을 달성하면서 팀의 연패도 끊었다.
한화는 1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간 시즌 3차전에서 3-0으로 이겨 5연패 늪에서 탈출했다. 한화는 시즌 9승(7패)째를 챙겼고, 두산은 2연승을 마감하고 시즌 10패(7승)째를 떠안았다.
한화 에이스 류현진이 드디어 웃었다. 류현진은 중압감을 떨치고 드디어 에이스의 힘을 증명했다. 6이닝 94구 1피안타 2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이자 개인 통산 99승을 달성했다.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승리를 거둔 경기는 2012년 9월 2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7이닝 1실점) 이후 4216일 만에 거둔 승리였다. 류현진은 이제 개인 통산 100승까지 1승만 남겨뒀다.
류현진은 지난 2월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하면서 한국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메이저리그 10년 커리어 종료 선언임과 동시에 괴물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KBO 역대 최고 대우를 자랑하면서 한화를 5강 이상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력으로 끌어올려놨다.
하지만 류현진은 기대와 달리 올 시즌 3경기에서 2패만 떠안으면서 14이닝, 평균자책점 8.36에 그치고 있었다. 한화 선발투수 가운데 승리가 없는 선발투수는 현재 류현진이 유일하다. 게다가 한화는 류현진이 4⅓이닝 9실점으로 부진했던 지난 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5연패에 빠져 있었다. 그사이 한화는 1위에서 공동 5위까지 추락했다. 류현진 스스로 만회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최 감독은 류현진이 느끼고 있을 중압감을 충분히 이해했다. 최 감독은 "몸에 문제만 없으면 된다. 컨디션은 좋다고 하니까 믿어보겠다.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선발투수들이 물론 계속 잘 던지면 좋은데, 진짜 30번 나가서 경기마다 다 잘 던질 수는 없다. 흔들리는 날도 있는데, 그 흔들리는 날이 이제 조금 빨리 올 수도 있고 좀 뒤에 올 수도 있고 그 차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다른 감독들에게 물어봐도 가장 어려운 것은 그 정도(류현진)급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그 자리를 메우기가 굉장히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금 선발투수들은 진짜 몇 경기 하지 않았어도 현재까지는 잘 굴러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현진과 다시 호흡을 맞출 포수로는 최재훈을 낙점했다. 류현진이 직전 경기였던 지난 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포수 이재원과 호흡을 맞춘 결과 4⅓이닝 9실점에 그친 만큼 분위기 환기를 해주려 했다.
한화는 최인호(좌익수)-요나단 페라자(우익수)-노시환(3루수)-채은성(지명타자)-안치홍(1루수)-문현빈(2루수)-이진영(중견수)-최재훈(포수)-이도윤(유격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최 감독은 "일단 결과가 안 좋았으니까. 포수를 바꿔보는 것이다. 주전 포수가 최재훈이기도 하니까"라며 류현진-최재훈 배터리가 난관을 잘 극복해 나가길 바랐다.
두산은 김태근(중견수)-허경민(3루수)-양의지(지명타자)-김재환(좌익수)-강승호(2루수)-양석환(1루수)-박준영(유격수)-장승현(포수)-김대한(우익수)으로 맞섰다. 선발투수는 브랜든 와델이었다.
타선에서 연패 탈출의 일등 공신은 안치홍이었다. 4타수 2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승리를 이끌었다. 노시환은 결승타를 장식하며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시작부터 한화 타선이 득점 지원에 나섰다. 1회초 최인호가 두산 선발투수 브랜든 와델에게 좌익수 왼쪽 2루타를 뺏어 무사 2루 기회를 잡았다. 페라자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아쉬움을 삼켰지만, 노시환이 중전 적시타를 때려 1-0 리드를 안겼다.
류현진은 1회말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시작했다. 두산 타선의 핵심인 1번타자 정수빈이 오른쪽 팔꿈치 타박상으로 이탈한 여파도 나타났다. 아울러 1루수 안치홍이 이리저리 몸을 날리며 류현진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져 줬다. 선두타자 김태근이 1루수 뜬공으로 물러날 때는 높이 뜬 타구가 파울라인 밖에서 안으로 휘어들어오는 것을 거의 넘어지면서 낚아챘다. 허경민의 1루수 파울플라이 타구는 앞으로 달려들면서 다이빙해 처리했다. 류현진은 2사 후 친구 양의지와 맞대결에서도 직구와 커브로 2스트라이크를 잡으면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양의지가 3, 4구를 커트하면서 버텼지만, 5구째 직구에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2회말은 류현진의 주무기 체인지업이 빛났다. 선두타자 김재환을 공 하나로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1사 후 두산에서 현재 타격감이 가장 좋은 강승호와 마주했다. 강승호는 경기 전까지 시즌 타율 0.354, OPS 1.105를 기록하고 있었다. 강승호는 볼카운트 0-2에서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커브 볼 2개를 연달아 지켜봤다. 그러자 류현진은 5구째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2사 후 양석환과 승부할 때는 볼 판정 하나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시속 148㎞짜리 직구가 바깥쪽으로 낮게 잘 들어갔다. 류현진은 루킹 삼진으로 판단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스트라이크 콜이 나오지 않자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양석환은 볼넷으로 출루했다. 다음 타자 박준영과 승부가 중요했는데, 류현진은 7구까지 던져야 했지만, 볼카운트 2-0에서 집요하게 체인지업 5개를 연달아 던지면서 끝내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류현진은 3회말 장승현-김대한-김태근을 또 한번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선두타자 장승현은 3구 삼진이었다. 장승현은 2구째 체인지업에 헛방망이만 한번 휘두르고 나머지 공은 스트라이크를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김대한이 그나마 공을 맞혀 냈는데, 우익수 페라자가 앞으로 달려들면서 다이빙해 뜬공으로 처리했다. 타순이 한 바퀴 돌아 다시 만난 김태근은 류현진의 공에 아예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류현진은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시속 147㎞짜리 직구를 몸쪽 낮게 꽂아 넣으면서 루킹 삼진으로 이닝을 끝냈다.
한화 타선은 4회초 한 점을 더 뽑으면서 류현진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선두타자 채은성이 볼넷으로 출루한 가운데 안치홍이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적시 2루타를 치면서 2-0으로 거리를 벌렸다. 두산 중견수 김태근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면서 어떻게든 타구를 낚아채 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류현진은 4회말에도 큰 위기 없이 두산 타자들을 처리해 나갔다. 허경민을 헛스윙 삼진, 양의지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빠르게 2아웃을 잡았다.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내 이날 2번째 출루를 허용하긴 했지만, 강승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으면서 흐름을 끊었다. 결정구는 역시나 체인지업이었다.
마의 5회도 넘겼다. 류현진은 5회말 선두타자 양석환을 3구 삼진으로 잡았다. 볼카운트 0-2에서 몸쪽 꽉 찬 직구를 던져 양석환이 그대로 인정하고 더그아웃으로 물러나게 했다. 1사 후에는 박준영에게 5구 연속 체인지업을 던져 볼카운트 2-2로 앞섰다. 그러다 직구를 던져 파울이 되자 7구째 커브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2사 후 종아리 타박상으로 교체된 포수 장승현을 대신해 김기연이 처음 타석에 섰다. 김기연은 류현진의 체인지업의 중전 안타를 쳤다. 류현진의 노히트가 깨진 순간이었다. 2사 1루에서 다음 타자 김대한과 9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를 펼쳐야 했는데,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으면서 처음으로 5이닝 무실점 경기를 완성했다.
한화 불펜에는 5회가 끝난 뒤부터 몸을 푸는 선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 감독은 5회 갑자기 난타를 당하며 무너졌던 류현진의 직전 경기를 복기하며 "불펜 대기를 조금 빨리 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류현진의) 공을 보면서 상황을 보고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고, 그대로 실행했다.
류현진은 6회말 수비 실책으로 위기에 놓였다. 1사 후 허경민이 평범한 우익수 뜬공을 쳤는데, 우익수 페라자가 포구 실책을 저지르면서 1사 1루가 됐다. 다음 양의지 타석 때는 폭투까지 나오면서 1사 2루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양의지와 김재환을 차례로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페라자가 만회할 기회를 2번이나 더 줬다. 한화 팬들은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류현진의 이름을 힘차게 연호하며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을 에이스를 격려했다. 잠실야구장은 한동안 "류현진"을 외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류현진은 이날 두산 타자들이 체인지업에 쉽게 대응하지 못하자 체인지업을 적극 활용했다. 직구(32개)와 체인지업(31개)을 거의 비슷하게 던지면서 커브(19개)와 커터(12개)도 적절히 섞어 던졌다. 커브도 19구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16개에 이를 정도로 효과적인 구종이었다.
국내 복귀 후 처음으로 무실점 완벽투를 펼친 류현진은 7회말 수비를 앞두고 장시환과 교체됐다. 장시환(1이닝)-한승혁(1이닝)-주현상(1이닝)으로 이어진 필승조는 무실점 릴레이 호투로 승리를 지켰다.
한화는 8회초 추가점을 뽑으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2사 후 주장 채은성이 좌전 안타로 출루하면서 추가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2사 1루 안치홍 타석 때 홍건희의 폭투로 2사 2루로 상황이 바뀌자 한화는 채은성을 대주자 황영묵으로 교체했다. 반드시 한 점을 뽑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이는 장면이었다. 안치홍은 우전 적시타로 화답하며 3-0으로 거리를 벌렸다.
한편 두산 선발투수 브랜든은 6이닝 102구 4피안타 2사사구 7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치고도 류현진에 꽉 막힌 타선의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시즌 첫 패(3승)를 떠안았다. 7회부터 김명신(1이닝)-홍건희(1이닝 1실점)-김택연(1이닝)이 이어 던졌으나 끝내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서 영패 수모를 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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