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도 성폭행’ JMS 정명석 항소심 돌입… 녹음파일 증거능력 인정여부 등 쟁점

강은선 2024. 4. 1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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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변호인 측 "증거수집 절차 위법" 주장
피해자 측 "녹음파일 변조 없다는 것 확인"

여신도 성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79)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이 오는 16일 대전고법에서 진행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정명석 피고인이 홍콩 국적 여신도 메이플(29)을 추행하거나 성폭행하고, 호주 국적 여신도 프란시스(30)와 20대 한국인 여신도 등 3명을 성폭행·추행한 혐의(준강간·강제추행 등)를 인정해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정명석씨측 변호인은 지난 5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피해자들을 성폭행·추행한 사실이 없고 본인을 재림예수라 자칭한 사실이 없다”면서 “메이플이 제출한 피해 상황이 담긴 녹음파일은 사본이어서 증거 능력이 없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범행 횟수가 총 23차례에 달하고 명백한 증거에도 계속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수사 단계에서부터 JMS 신도들로 구성된 ‘참고인단’을 꾸려 조직적으로 허위진술을 지시한 점 등을 고려하면 더 무거운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이번 항소심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메이플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 인정 여부이다.

검찰은 정씨 측이 메이플을 준강제추행하는 상황이 이 파일에 녹음돼 있다면서 증거로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차 공판에서 피해자측 녹음파일에 대해 검찰 측 증거 의견을 청취하고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1심 재판부는 이 녹음파일과 관련 “녹음파일에서 맥락이 끊기거나 인위적으로 편집한 흔적이 없고 위작을 주장하는 피고인도 어떤 부분인지 특정하지 못했다”면서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정씨 측 변호인은 “수사 경찰이 피해자(메이플)에게서 받은 녹음파일을 마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파일인 것처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정신청을 요청했다”며 “증거수집 절차가 위법한 만큼 증거능력이 없으며, 그렇게 받은 감정 결과 역시 증거로 인정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현장 녹음 사실이 불확실하고 녹음내용이 편집됐을 가능성을 부인하지 못한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씨 측 변호인은 지난 5일 항소심 재판부가 첫 공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녹음파일 등) 각종 증거들에 대한 1심의 유죄 증거 판단에 대해 증거능력을 위한 증거조사 절차 부재와 증거채택 이유에 대한 법리 설명에 대해 의문이 든다”며 “녹음파일이 편집됐다면 그들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도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 검찰은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을 변호하는 정민영 변호사는 “1심에서 녹음 파일이 변조되거나 편집된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증거 능력이 부족하다고 볼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의 또 다른 쟁점은 검찰이 기소한 준강간·강제추행 혐의가 종교 기관의 ‘세뇌’와 연관성을 갖고있느냐의 여부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정명석 목사는 선교회라는 종교단체를 조직해 포교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교주 또는 총재로서 ‘선생님’이라는 칭호로 절대적인 종교적 권위를 행사해왔고, 정명석 목사가 재림 예수이고 예수님보다 더 위에 있는 자라고 세뇌시켰다.’, ‘한편 선교회는 크고 예쁜 여성들을 주님에게 선택받은 특별한 존재라고 세뇌시켜 주님인 정명석 목사를 위해 결혼하지 않는 신앙스타가 되도록 하였다.’, ‘정명석 목사가 신랑이고 인간은 신부이므로 정명석 목사의 신체적 접촉 행위는 신랑이 신부를 사랑하는 행위로 받아들이라고 세뇌시켰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했다. 

이에 대해 정씨 측 변호인은 “안수 기도등의 종교적 접촉 행위외에는 성적인 접촉이 없었으며 나아가 성폭행 혐의의 전제조건인 ‘세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성폭행 혐의 자체는 성립하지 않고 처벌요건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항소심에서는 검찰과 정씨 측이 양형 문제를 놓고 다툴 전망이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종교적 약자로 범행에 취약한 다수의 여신도를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폭력 범행을 저질렀고 피고인을 순종하던 여신도의 심신장애를 계획적으로 이용했다”며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는 일반적인 성범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징역 4년~징역 19년3개월보다 높은 과도한 형량이라서 이점도 심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도들에게 의도적으로 허위진술을 시켜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하고 재판부에 대한 기피 신청을 반복하는 등 사법부에 대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점,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일으킨 점도 중형 선고 사유였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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