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병동 KIA의 ‘구급상자’…서건창 데려오길 참 잘했네
서건창(35·KIA)은 올해 KIA에 온 뒤 글러브를 2개 갖고 다닌다. 기존의 2루수용 글러브에 1루수용 글러브까지 새로 가졌다. “1루수용 글러브는 가진 게 없었는데 (박기남) 수비코치님이 갖고 계시던 좋은 걸 주셨다. 손에 잘 맞는다”고 했다. 서건창은 현재 KIA의 2루수이자 1루수다.
서건창은 지난 시즌 뒤 LG 유니폼을 벗고 방출시장으로 나와 KIA에 입단했다. 베테랑 백업 내야수가 KIA가 서건창에 기대하는 역할이었다. KBO리그 최초의 200안타를 쳤던 전설의 타자지만 최근 몇년간 모습으로 타격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서건창은 12경기에서 타율 0.429(28타수 12안타) 8타점 8득점 1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이 0.514다.
강팀으로 분류됐던 KIA는 개막하자마자 줄부상을 겪고 있다. 시범경기 막바지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나성범을 시작으로 황대인, 임기영, 박찬호, 이의리, 박민, 2군에서 1군 합류를 준비하던 윤도현까지 차례로 부상을 당했다. 부상자 7명 중 5명이 타자, 그중 4명이 내야수다.
서건창의 활약은 비상 걸린 KIA의 ‘구급상자’나 다름없다. 3월26일 광주 롯데전에서 생애 처음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우익수 나성범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주전 1루수로 시즌을 준비한 이우성이 외야로 가고 상대 선발 전적에 따라 황대인이 아닌 서건창이 1루수로 나섰다.
현재 KIA 엔트리에는 유격수 박찬호도 부상으로 빠졌다. KIA는 지난 9~10일 LG전에서 경기 후반 2루수 김선빈을 유격수로 이동시키고, 교체 투입된 서건창을 2루수로 세웠다. 박찬호는 오는 17일에 1군으로 복귀할 수 있다. 그때까지, 상황에 따라서는 아예 김선빈이 유격수, 서건창이 2루수로 선발 출전해야 할 수도 있다.
부상 발생만 보면 KIA는 아수라장이다. 그러나 10일 LG전 승리로 2연승하면서 10개 팀 중 가장 먼저 10승(4패)을 거뒀다.
시즌 초반이지만, 부상자가 꾸준히 나오는데도 결과적으로 크게는 흔들리지 않고 있는 것은 여기저기 새는 틈을 서건창을 활용해 막고 있기 때문이다.
서건창은 “이기는 데 내가 필요하다면 어떤 경기든 준비하고 있는 게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 팀에 들어올 때,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되자는 마음가짐으로 들어왔다. 선수들 다 돌아올 때까지 형들 잘 모시고, 후배들 잘 데리고 지금 분위기 유지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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