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악몽에서 깨어났다…류현진 6이닝 8K 무실점

류현진이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괴물이 악몽에서 깨어났다. 류현진(37·한화)이 최근 부진을 씻어내는 압도적인 투구로 한화의 연패 탈출 가능성을 높였다.

류현진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안타 2사사구 8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앞서 5일 고척 키움전에 선발 등판했던 류현진은 4.1이닝 9실점으로 KBO 통산 한 경기 최다 실점을 경신할 정도로 부진했다. 이날 7-11로 역전패당한 한화는 거짓말처럼 5연패에 빠졌다. 패패패패패. 연패의 시작점 류현진이 연패를 끊을 차례였다.

류현진은 1회말 빠른 공 위주로 두산 타자들과 적극적으로 맞붙었다. 김태근, 허경민, 양의지로 이어진 두산 상위 타선은 타구를 내야 밖으로 보내지 못하고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첫 이닝을 공 13개로 가뿐히 정리한 류현진은 2회말 선두 타자 김재환에게 느린 커브로 타이밍을 뺏어 초구 외야 뜬공을 유도했다. 강승호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무난히 처리한 류현진은 양석환 타석에서 약간 흔들렸다.

볼카운트 1B-2S에서 마음먹고 던진 시속 148㎞ 낮은 직구가 ABS의 스트라이크 콜을 받지 못했고, 다소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은 류현진은 이후 볼 3개를 연속으로 던져 볼넷을 내줬다.

아웃 카운트 2개를 잘 잡고도 출루를 허용한 류현진은 박준영을 상대로 작심이라도 한 듯 2B에서 체인지업만 5개 연속으로 던져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류현진이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힘껏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3회말은 괴물이라 불렸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첫 타자 장승현을 커브, 체인지업, 직구 단 3구로 삼진을 잡았고, 김대한도 체인지업, 직구, 커브, 커터 등 가진 구종을 총동원해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오른쪽 외야로 뜬 타구가 짧게 떨어지는 걸 요나단 페라자가 전력 질주해 앞으로 넘어지며 잡아내자 류현진은 박수를 보내 호수비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김태근을 상대로 커브, 직구, 커브로 1B-2S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류현진은 결정구 시속 147㎞ 빠른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그대로 꽂았다. 김태근은 멀뚱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류현진은 4회말 2사에서 김재환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주긴 했으나 강승호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4이닝까지 던진 공은 61개. 앞선 3번의 등판에서 투구 수 60개를 넘긴 시점부터 제구 난조로 조금씩 흔들리던 류현진은 일종의 ‘마의 구간’까지 거침없이 돌파했다.

류현진은 5회말 선두 타자 양석환을 삼진, 박준영을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5회말 2사까지 무피안타 ‘노히트노런’을 이어가던 류현진은 교체 투입된 포수 김기연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더그아웃에 들어오며 한숨을 내쉬는 류현진. 연합뉴스

김대한과 승부가 길어지며 어느덧 투구 수는 80개를 넘긴 상황. 류현진은 김대한과 풀카운트 승부에서 9구째 각 큰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 삼진으로 이닝을 마쳤다.

6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첫 타자 김태근을 중견수 뜬공으로 잘 잡다. 허경민까지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려는 찰나, 페라자가 평범한 타구를 글러브에서 떨구는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다.

지난달 23일 잠실 LG전 문현빈의 포구 실책이 떠오르는 아찔한 상황. 류현진은 이어 양의지 타석에서 폭투로 허경민을 2루까지 보냈다.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은 류현진은 양의지와 김재환을 상대로 연속 우익수 뜬공을 유도했고, 페라자가 이번엔 놓치지 않으며 마지막 이닝을 마쳤다.

한화 팬들은 지난 키움전의 악몽을 날려버리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류현진의 이름을 연호하며 에이스의 귀환을 환영했다.

한편 한화는 류현진의 호투와 노시환, 안치홍의 적시타로 7회초 현재 두산을 2-0으로 앞서고 있다. 류현진은 7회말을 앞두고 장시환과 교체됐다. 이 리드를 끝까지 지키면 한화는 5연패에서 탈출한다.

잠실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