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통역 끝내 스스로 '유죄' 인정했다, 서울서 사라진 뒤 동선 공개... '알림 차단까지' 진짜 치밀하네
미국 매체 뉴욕 타임스는 11일(한국시간) 소식통을 인용, "오타니 전 통역의 불법 도박 및 절도 의혹이 불거진 뒤 약 3주가 지난 가운데, 조사에 있어서 급속한 진전이 이뤄졌다"면서 "현재 미국 국세청과 국토보안부, 법무부 캘리포니아 중앙검찰청이 현 사건에 관해 조사 중이다. 그리고 미즈하라가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 다만 형량을 낮추기 위해 사전 형량 조정 협상을 하는 중"이라 보도했다.
또 다른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는 "미즈하라가 한국에서 캘리포니아주로 돌아왔을 때 비행기에서 내리자 여러 법 집행기관의 당국자에게 불려갔다. 다만 체포는 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서울시리즈 이후 미즈하라의 동선에 관해 많은 관심이 쏠린 게 사실이었다. 이와 별도로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 역시 별도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수사권이 없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미즈하라는 ESPN이 취재 중인 상황에서 오타니가 자신의 도박 빚을 직접 갚아줬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LA 다저스로부터 해고를 당한 뒤에는, 오타니가 자신의 도박 빚에 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을 바꾸며 혼선을 불러일으켰다.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지난 3월 말, MLB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국세청에서 현재 사안을 조사 중이다. 우리는 사법 당국과 같은 조사 권한이 없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찾아낼 것이라 확신한다. 다만 언제 상황이 끝날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오타니가 불법 도박 빚을 갚을 돈이라는 것을 알고 빌려줬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미즈하라가 도박 빚으로 알려진 450만 달러보다 더욱 많은 돈을 오타니의 계좌에서 훔친 증거를 잡아냈다. 또 오타니가 계좌 간 거래할 때 오는 알림을 받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등 계좌 설정을 변경할 수 있었다는 증거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결국 미즈하라가 돈을 다른 사람의 계좌에 송금했다고 하더라도, 오타니는 자신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걸 모를 수도 있었다는 뜻이 된다.
계속되는 논란에 오타니는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개최한 뒤 "미즈하라 잇페이는 내 계좌에서 돈을 훔치면서 거짓말을 해왔다. 저는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종목의 스포츠 경기에도 베팅한 적이 없다. 대신해달라 부탁한 적도 없다. 도박업자와 접촉한 적도, 빚을 갚는 것에 동의한 적도 없다"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오타니는 "저 자신도 신뢰했던 분(미즈하라)의 잘못이라 슬프고, 충격적이다. 지금도 그렇다. 현재 조사 중이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다. (미즈하라가 저의 계좌에서 돈을 빼간 것을) 전혀 몰랐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즈하라가 내 계좌에서 돈을 훔쳤다는 것이다. 또 이에 대해 모든 이들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타니는 이 사실을 알게 된 배경에 관해 "한국에 있을 때, 한 매체에서 내가 불법 도박업자와 연관된 게 아닌가 물어보는 연락이 에이전트 쪽으로부터 온 적이 있다. 미즈하라는 이런 취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내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음날 미즈하라는 나와 에이전트에게 '빚은 나 자신이 만든 것'이라 고백했다. 그 빚을 내가 대신 갚았다고 에이전트에게 말했는데, 이 모든 게 거짓이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오타니와 미즈하라 잇페이는 경기장 안팎에서 늘 함께하며 남다른 우정을 과시했다. 오타니의 성공 뒤에는 미즈하라 잇페이의 헌신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둘의 관계는 특별했다.
보다 상세한 전말도 공개됐다. ESPN에 따르면 지난해 미즈하라 잇페이는 오타니를 향해 도박 빚을 갚아달라는 요구를 했다. 그런데 이 빚이 450만 달러까지 불어나고 말았다. 미즈하라 잇페이는 ESPN과 인터뷰에서 "오타니는 제 말을 들은 뒤 분명 기뻐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저를 도와주겠다고 이야기했다"면서 "오타니는 저를 위해 돈을 갚아주기로 했다. 저는 모든 사람이 오타니가 도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기를 바란다. 또 저 역시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번에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많은 걸 배웠다. 저는 스포츠 도박을 다시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약속했다. 그렇지만 이번에 조사를 통해 밝혀진 바로는 이런 미즈하라의 인터뷰가 모두 거짓말인 셈이다. 오타니는 그 어떠한 도움도 주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에서 오타니 모르게 돈만 훔쳐 간 게 다시 확인됐다.
ESPN은 "캘리포니아 중부 지역 검찰청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지난해 10월 검찰은 보이어를 압수 수색하면서 그의 현금과 카지노 칩, 은행 서류, 계산기, 컴퓨터, 휴대용 저장 장치, 휴대 전화, 고가의 시계 및 핸드백 등을 압수했다. 미즈하라 잇페이는 지난 2021년 샌디에이고 포커 게임에서 보이어를 만났으며, 베팅을 하다가 2022년 말까지 손실이 100만 달러 이상까지 증가했다고 한다"고 적었다. ESPN은 "오타니가 빚을 갚아준다고 한 뒤에 오타니는 미즈하라의 컴퓨터에 접속, 그가 보는 앞에서 지난해 분할 송금을 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오타니가 왜 미즈하라 잇페이에게 현금을 주지 않고, 인터넷 뱅킹을 통해 송금했던 것일까. 이에 대해 미즈하라 잇페이는 "오타니는 또 제가 도박을 하면서 돈을 날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즈하라는 오타니에게 갚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타니 변호인은 '오타니가 대규모 절도의 피해자'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미즈하라 잇페이 역시 '오타니가 자신의 도박과 관련한 활동과 빚, 이를 갚기 위한 노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을 바꿨다. 만약 오타니가 직접 불법 도박과 관련해 송금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말을 바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메이저리그 규정에 따르면 선수들의 도박은 대단히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자신과 관련된 경기에 베팅하는 선수나 심판, 코칭스태프 등은 영구 제명을 당한다. 또 자신과 관련 없는 야구 경기에 돈을 걸거나 불법 도박 운영 등의 행위를 할 경우, 최소 1년 자격 정지의 징계를 받는다. 이제 미즈하라가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사법적인 판결을 받는다면, 결국 한 통역의 개인적인 일탈로 사건을 마무리될 전망이다.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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