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학습권이 수업권보다 우월?"…교권 인식, 얼마나 달라졌나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지난해 학교 현장은 새내기 교사의 죽음으로 촉발된 교권 추락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분노한 교사들이 거리로 나서면서 교권 회복을 위한 법 개정으로 이어지기도 했죠.
EBS 뉴스는 오늘부터 3회에 걸쳐 무엇이 달라졌고, 법과 제도의 안착을 위해 어떤 과제가 필요한지 짚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박은선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먼저 교권의 개념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법에서는 어떻게 다뤄지고 있습니까?
박은선 변호사
사실 우리 교육과 관련된 법에서 교권에 관한 명확한 정의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교육공무원법 제43조 제1항에 '교권은 존중되어야 하며 교원은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 그리고 또 교육기본법 제14조 제1항의 '학교 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은 존중되며 교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는 우대되고 그 신분은 보장된다.' 이런 규정들을 보면 초중고 교사의 교권은 법률상의 권리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주목할 게 우리 사법부는 교권에 대해서 학습권에 비해 좀 희생이 필요하다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요.
예컨대 2007년 대법원 판결을 보면 '교원들이 미성숙한 학생들이 지식 덕성 및 체력의 함양과 향상을 통해서 그가 속한 시대와 사회의 건전한 인격체로서 독립 발전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보살피는 숭고한 직책' 이렇게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판결에서는 이런 숭고한 직책을 수행하는 교원들이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 그래서 그 사안은 비리사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사들이 수업 거부를 한 것이고 또 학생들의 동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의 수업 거부가 정당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나아가서 헌법재판소 역시 비슷한 태도인데요.
수업권과 같은 교사의 가르칠 권리가 교육상의 직무 권한으로서 어디까지나 학생의 학습권 실현을 위해서 인정되는 권리다, 학생의 학습권은 교원의 수업권에 비해서 우월한 지위에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학습권이 수업권보다 우월하다, 아이들 교육권을 존중해야 한다라는 취지는 이해가 갑니다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 문제가 될 때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박은선 변호사
네, 맞습니다.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예컨대 한 학생이 지속적으로 수업을 방해한다, 따라서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할 때 그 학생의 학습권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면 그 학생을 분리 조치하지 않을 때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고 또 나아가서 교실 전체에 대한 교사의 교육활동에 분명히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점에서 교육부, 시도교육청들은 교권을 교실 전체의 학생들을 위한 권한, 즉 교육 활동에 대한 권한, 이렇게 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서이초 사건 이후에 우리 교육청이나 교육당국은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 특정 학생의 학습권을 제한하는 것을 용납하는 이러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서이초 사건 당시에 국회에서 무려 31개의 개정안이 발의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다면 이후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의 학습권에 대해서는 변화가 있습니까?
박은선 변호사
교권침해 방지법 이런 새로운 이름의 법이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존의 교원지위법에 교권침해, 교육활동 침해에 관한 내용이 상당히 추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3년 3월부터 이미 교육부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가 시행되어 오고 있었는데요.
개정된 교원지위법과 교육부 고시의 내용을 결합하면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내용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많은 점이 개선된 교원지위법과 교육부 고시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박은선 변호사
서이초 사건 이후에 눈에 띄게 변한 부분은, 일단 교육활동 침해 행위 침해 대상 행위가 상당히 넓어졌다는 데 있습니다.
본래 교원지위법상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인정되는 범죄행위는 형법상 상해와 폭행, 협박, 명예 관련죄, 손괴, 성폭력법 위반죄, 또 정보통신망법상 불법 정보 유통 이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형법상 범죄 행위에 공무방해 내지 업무방해 그리고 아동학대와 관련해서 문제가 많이 됐었죠.
무고죄 이것도 포함이 됐습니다.
더 나아가서 그 밖에 다른 법률에서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된 범죄행위로서 교원의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행위, 이 부분이 추가가 되었는데요.
이로써 형법, 성폭력법 이런 법들의 지금 열거된 그 범죄 행위뿐만 아니라 더 많은 모든 범죄행위들 중에서 교육 활동을 침해하는 것이 있으면 교권 침해로 인정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육부 매뉴얼을 보면 그 대표적인 예로 한 세 가지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행위 그리고 정통망법상 불안감 조성 행위, 쉽게 말해서 스토킹 행위를 말하고요.
또 교사의 개인정보 유출 행위 이것이 이 세 가지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행위 분명한 교육활동 침해로 명시를 하고 있는데, 사실 웹툰 작가 주호민 씨와 관련한 논란이 떠오르게 되는데요.
이 개정법을 적용하면 교권 침해로 평가가 되는 걸까요?
박은선 변호사
먼저 주호민 씨 사건은 사실 이제 부모가 녹음을 한 경우죠.
외형상, 부모가 이제 몰래 녹음기를 넣었고 사실은 제3자가 녹음한 것이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상 제14조 위반의 범죄행위로 일단 외형상은 그렇게 평가가 됩니다.
그런데 다만 최근까지 우리 법원의 판례들을 보면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의 어린 자녀나 자녀가 중고등학생이라고 해도 정서 발달이 유아동 수준이다라고 하면 제3자 녹음 자체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논거는 두 가지 정도인데요.
먼저 부모와 자녀가 동일시할 정도로 밀접하다,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그리고 둘째로 초등학교 교육의 공공성을 고려해야 되고 교실에서의 교사의 발언은 상당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 아니냐 따라서 공개된 대화의 녹음이다 제3자 녹음 자체가 아니다 이런 입장에 판례를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서이초 사건 이후에 우리 법원의 태도가 상당히 변화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교실 녹음이 공개된 대화의 녹음 그러니까 제3자 녹음으로 볼 수 있다는 건가요?
박은선 변호사
네 맞습니다, 바로 그런데요.
지난 1월 11일 대법원은 초등학교 교사가 수업 중 한 발언은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대화다, 공개된 말이기 때문에 이 점을 강조하면서 부모의 몰래 녹음은 제3자 녹음이다, 이렇게 명확하게 했습니다.
다만 한 달 뒤에 주호민 사건과 관련해서 1심 법원은 교실 녹음은 공개된 대화의 녹음이다, 이렇게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따르면서도 그러나 부모가 녹음을 한 동기나 목적, 학생의 방어권 이런 정도를 고려하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이 정당행위인 것인가 이 부분이 2심 3심에서 굉장히 첨예하게 다퉈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어쨌든 이 부모가 몰래 녹음을 하면 원칙적으로는 안 된다는 건데 그렇다면 학생이 스스로 선생님의 수업을 녹음하면 어떻게 됩니까?
박은선 변호사
사실 그 부분이 현재 현장인 선생님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입니다.
수업을 하고 있는데 이제 중고등학생들의 경우에 녹음을 하거나 촬영을 하면서 하지 말라고 제지를 하면 '이거는 합법이래요' 이런 말을 한다는 거죠.
사실 통신비밀보호법상의 원칙만 보면 당사자 녹음으로서 위법 행위가 아닌 것은 맞습니다.
따라서 교원지위법 위배의 교권침해로 인정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교육부 고시가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 고시에 따라서 교권침해로 판단될 수 있어 보입니다.
예컨대 제2조 제5호에서는 교육 활동 중인 교원의 영상, 음성 등을 촬영 녹음 등을 하면 교권침해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이때 조건이 하나 있는데요, 단순한 녹음뿐만 아니라 이후에 무단 배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제2조 제4호를 보면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하여 의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이것도 교권 침해에 포함이 됐는데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초상권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원하지 않으면 나를 함부로 찍으면 안 된다, 그리고 너희가 나를 함부로 찍고 이렇게 한다면 내가 교육활동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굉장히 불편하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생활지도를 했음에도 무단으로 동의 없이 촬영을 한다면 이것이 교육부 고시 제2조 제4호의 교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서이초 사건 이후 정말 많은 선생님들이 거리로 나서서 교권 보호를 외쳤습니다.
법과 제도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졌는데 학교 현장에 잘 뿌리내릴 수 있는 원년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변호사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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