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권심판 바람에 비윤계 중진 `기사회생`
험지출마 나경원 생환… 안철수·김기현도 의원직 사수
이준석·나경원·안철수·김기현…. 공통점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충돌로 정치적 위기를 겪었던 인사들이다. 이들이 윤 대통령 심판 바람이 거셌던 4·10 총선에서 일제히 승리해 돌아왔다.
4수끝에 국회에 극적으로 생환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당초 예상을 깨고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42.41% 대 39.73%로 2.68%포인트(3278표) 차이로 이겼다. 이 대표는 당선이 확정된 이후 기자회견에서 "의석수는 다소 적을지 모르겠지만 차원이 다른 의정 활동으로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지점을 지적해 나가는 그런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당선인 신분으로서의 첫 기자회견부터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운 것이다.
2021년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0대 0선 대표'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킨 이준석 대표는 2022년 3·9 대선과 6·1 지방선거를 연거푸 국민의힘의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친윤계와 충돌하며 갈등을 빚었던 그는 결국 성접대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으며 그해 8월 대표직을 박탈당했다. 여권 내 대표적 반윤(反尹) 인사가 돼버린 그는 결국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인 데다 3자 구도로 표가 나뉘는 불리한 구도 속에 레이스를 출발한 이 대표는 투표 전날인 지난 9일 마지막 유세 때 "누가 당선돼야 윤 대통령께서 좋아하는 약주 술맛이 제일 떨어질까 물어봐 달라"고 말했을 정도로 선명성을 강조했고, 공 후보를 둘러싼 '아빠 찬스' 의혹을 집중 공략하면서 막판 '3전 4기'의 역전 드라마를 썼다.
이 대표는 '마이너스 3선'이라는 치욕에 가까운 별명을 얻을 정도로 금배지와는 인연이 없었다. 보수 험지로 꼽히는 서울 노원병에서 세 차례 출사표를 던졌지만, 2016년 총선에서는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2018년 보궐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는 민주당 김성환 후보에게 패했다.
험지로 꼽히는 서울 동작을에서 류삼영 민주당 후보에 승리한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도 윤 대통령과 마찰이 있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류 후보 지원을 위해 8차례 동작구를 찾았으며, 투표 마감 직후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도 나 후보의 패배를 예측했지만 생환에 성공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던 나 전 의원은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쳤으나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집중적인 견제에 출마를 포기했다. 나 전 의원은 임명 3개월 만에 해임됐고, 초선 의원 50여명은 나 전 의원을 비토하는 공개 연판장을 돌렸다. 나 의원은 "여소야대의 어려움은 여전히 22대 국회의 큰 숙제"라며 "조금이나마 정치를 더 오래 지켜봤던 제가 대화와 타협의 물꼬를 트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경기 성남분당갑에서 이광재 민주당 후보를 꺾은 안철수 의원은 당선이 확정된 직후 "당정은 민심을 받들어 전면 혁신에 나서야 한다"며 "총선 참패 원인을 제공한 당정의 핵심관계자들의 성찰과 건설적 당정관계 구축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도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강한 압박을 받았다. 2022년 대선 때 윤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 경험을 앞세워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라는 표현을 썼다가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공개 저격을 받았다. 당시 대통령실은 "극히 비상식적인 행태", "도를 넘는 무례의 극치" 등과 같은 표현으로 불쾌감을 표출했다. 안 의원은 결국 친윤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김기현 의원에 밀려 전당대회 때 2위로 낙선했다.
김기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박성진 민주당 후보를 꺾고 승리해 5선 고지에 올랐다. 김 의원도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고 여당 대표에 올랐으나 지난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지난해 12월 대표직에서 반강제로 밀려났다.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로 대표에 선출된 지 9개월 만이었다. 여권 핵심부는 김 의원이 대표직을 유지하는 대신 총선에 불출마하기를 원했지만, 김 의원은 대표직을 내려놓고 지역구인 울산 남을 출마를 사수했다. 김 의원은 별도 기자회견 없이 페이스북을 통해 대표직에 물러나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당시 여권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불만의 표시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들이 윤 대통령 심판 프레임에서 벗어나 있었던 게 승리의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흉부 열었는데, 이 환자가 아니네"…황당한 의료사고, 대만이 `발칵`
- 파주서 숨진 20대 남녀 4명, 앱으로 만났다…"여성 2명 사인은 목졸림"
- 조국혁신당 ‘돌풍’ 속 조민이 올린 SNS 봤더니…“‘드림카’ 시승 기회 감사”
- 파주 호텔서 손 묶인 여성들…남성들이 살해한 뒤 투신한 듯
- 중국 `로봇` 레스토랑 여사장, 서빙과 배웅까지 그대로 모방
- [2024 미국민의 선택] 당선 확정 언제쯤… `최장 13일 걸릴듯` vs `4년전보다 빠를듯`
- 자녀수 따라 분양가 다르게… 강남에 `육아타운` 짓는다
- 한동훈, 대국민 담화 앞둔 尹에 "반드시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 "가격 올려도 원가 부담"… 수익성 고민하는 롯데웰푸드
- 삼성, 견고한 SK·엔비디아 동맹 어떻게 깰까… 최선단 D램 적용 유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