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법인장 자처하는 스타트업 CEO

김주완 2024. 4. 11. 19: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해외에 나온 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혔습니다." 음성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네오사피엔스의 김태수 대표는 지난해 9월 미국으로 홀로 떠났다.

김용현 당근 공동대표는 해외 거점이 많아진 2022년부터 아예 캐나다에 거주하며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해외 시장 개척은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도 될까 말까 한 도전적인 과제"라며 "직원에게 이 업무를 맡기면 절실함이 덜해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본사는 韓에…해외서 사업 개척
닥터나우 장지호, 日 법인 맡아
당근 김용현은 캐나다서 활동
"의사결정 빠르고 기회도 많아"
낮에 해외, 밤엔 韓 '두집 살림'


“해외에 나온 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혔습니다.” 음성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네오사피엔스의 김태수 대표는 지난해 9월 미국으로 홀로 떠났다. 미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창업자가 미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창업자가 본사 버리고 해외로

11일 업계에 따르면 창업자가 해외에 체류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한국의 본사는 다른 임원에게 맡기고 창업자는 해외 법인장의 역할을 맡는 트렌드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 닥터나우는 지난 2월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창업자인 장지호 대표가 일본 법인장을 맡았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기간 닥터나우가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사장돼선 안 된다는 절박함에 장 대표가 직접 일본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C레벨 대부분이 미국에 거주한다. 지난달 미국 법인 업스테이지AI를 세우고 공동창업자인 박은정 최고과학책임자(CSO)가 미국 법인 대표로 부임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최고경영자(CEO), 이활석 최고기술책임자(CTO) 등도 미국에 장기간 체류하며 해외 고객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스테이지는 경량화 대규모언어모델(sLLM) ‘솔라 미니’를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출시하며 북미 시장을 공략 중이다.

가상자산 금융 스타트업 하이퍼리즘의 이원준 공동대표의 근거지는 일본이다. 이 대표는 회사 설립 초기인 2018년부터 일본에서 근무하며 유망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보다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덜하고 자금 조달에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일본 기업으로부터 1000억원 이상 투자금을 받아 펀드를 새로 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창업자가 직접 나선 이유

창업자가 해외로 나가는 트렌드를 이끈 곳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다. 이 회사는 2019년 11월 ‘KARROT(캐롯)’이란 이름으로 영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국내 월간활성이용자(MAU)가 500만 명 정도 넘는 시기였다. 영국에 이어 캐나다(2020년 9월), 미국(2020년 10월), 일본(2021년 2월) 등 4개 국가를 동시에 공략했다.

김용현 당근 공동대표는 해외 거점이 많아진 2022년부터 아예 캐나다에 거주하며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대표가 터를 잡고 있는 캐나다 지역의 성과가 가장 좋다. 당근의 글로벌 서비스 앱 ‘캐롯’은 지난달 캐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무료 소셜앱’ 부문에서 각각 5위와 7위를 기록했다.

스타트업들 사이에선 해외 공략 성공 방정식이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보다 창업자가 움직이는 게 효과적이란 공감대가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해외 시장 개척은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도 될까 말까 한 도전적인 과제”라며 “직원에게 이 업무를 맡기면 절실함이 덜해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돌발 변수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 해외 창업가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이 용이하다는 점 등도 창업자가 직접 해외로 나가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해외에 있다고 해서 국내 시장을 챙기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비대면 온라인 업무 플랫폼이 발달해서다. 김태수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일과 시간엔 현지 업무를, 저녁 6시 이후엔 한국 업무를 볼 수 있다”며 “조금만 부지런하면 ‘두 집 살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