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정답 좇았던 송소희, 스스로 연 '창작'이란 새 길
'주야곡' '진한 바다를 거슬러' '사슴신'까지 전곡 작사·작곡
경기민요를 하는 국악인에, 싱어송라이터라는 새 정체성 더해
시간 순서대로 트랙 배치
챌린지 너무 하고 싶지만…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여자)아이들
송소희는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한 곡으로만 채운 첫 미니앨범 '공중무용'의 동명 타이틀곡 라이브 무대를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취재진 앞에서 최초 공개하는 라이브 무대라서 더 긴장했다는 의미가 읽혔다. 20년 넘게 민요를 하며 다양한 무대에 서 왔던 그답게 무대는 모자람 없었다.
지난 4일, 송소희의 첫 번째 미니앨범 '공중무용'이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발매됐다. 그가 오랜 시간 해 온 '경기민요'는 클래식이자 "정답을 향해서 가야 하는 장르"이기에, "정해진 틀이 있었고 그 안에서 제가 저를 표현할 수 없는 음악"에 가까웠다. 음악을 하고 있지만 "왜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이 느껴지지?" 하는 마음이 계속돼, "아무것도 구애받지 않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기로 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공중무용'이다.
스스로를 "새로운 길을 나아가는 길목에 있는 한 아티스트"라고 소개한 송소희는 "최대한 많이 소문을 내고 싶은 마음"으로 음원 발매 일주일 후인 오늘(11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무대륙에서 '공중무용' 청음회를 열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가 사회를 봤고, 라이브 무대를 위해 건반 세션 강신웅도 동석했다.
처음부터 미니앨범 이상의 단위를 계획했던 송소희는 작업 과정을 두고 "예상했던 만큼 재미있고 예상치 못했을 만큼 복잡하더라. 앨범 단위가 커지니까 구상해야 할 부분이 많고, 제가 많은 부분 프로듀싱하면서 세세하게 관여하다 보니까 좀 디테일한 것 챙기면서 시간 투자도 고민도 정말 많이 했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앨범 수록곡 4곡 전곡 작사·작곡을 스스로 했기에, 믹스나 마스터링 등 기술적인 부분만 도움을 구하고자 했으나 곡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혼자만으로는 미숙한 점을 느꼈다고 송소희는 전했다. 예상보다 조력자를 구하는 것은 험난했다. "제 음악을 좀 어려워하셨어요"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만류가 거듭됐다.
송소희는 "저는 지금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거라 (기존의 음악색을) 해칠 것도 없다고 했는데, '다음에 작업해요'라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외국 프로듀서까지 접촉했고, 오드 마틴(Odd Martin)과 연이 닿았다. "동양적인데 마냥 동양적이지만은 않고 창의적"이라며 흔쾌히 해 보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앨범엔 첫 곡 '주야곡'(晝野曲)부터 '공중무용' '진한 바다를 거슬러' '사슴신'까지 4곡이 실렸다. 의도를 가지고 시간과 공간을 설정했고, 시간 흐름에 맞게 곡 순서를 정했다. 송소희의 설명에 따르면, '주야곡'은 낮의 들판에서 부르는 세레나데고, '공중무용'은 노을이 질락 말락 하는 시간대 뜨거운 사막을 배경으로 '나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 해가 지고 난 후의 아주 깊고 진한 바닷속 같은 관계의 사랑을 그린 '진한 바다를 거슬러'를 지나가면, 늦은 밤과 새벽 사이에 사랑을 갈구하는 '사슴신'을 만날 수 있다.
'진한 바다를 거슬러'와의 경합 끝에, 최종 타이틀곡은 '공중무용'이 됐다. 송소희는 "이 미니앨범이 담고 있는 의미가 저한테는 새로운 길을 표현한 앨범이기도 하고, 나비가 그려져 있는 것처럼 어떤 저의 새로운 변화와 성장, 자유로운 것들이 담겨 있다. 그게 표현될 만한 것이 타이틀곡이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공중무용'이라는 곡을 타이틀로 선정했다"라고 밝혔다.
'국악인'으로, '경기민요 소리꾼'이라는 정체성을 지우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든든한 바탕이 되어준다. 송소희는 "경기소리는 맑고 청아한 음색으로 목 기술을 사용해 꾀꼬리처럼 노래하는 장르다"라며 "창작 음악을 할 때 제가 갈고 닦았던 목 기술을 적재적소에 넣어본다든지 저한테는 선택지가 많아서 그런 재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종류의 정체성이 하나 더 생겼다고 보는 게 맞다. 창작 음악을 시작하며 원래 하던 음악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 진짜 진짜 멋진 음악을 하고 있구나!" 여전히 국악 무대에 많이 서고 한복도 자주 입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함이 채워지지 않고 "좀 더 재밌게 살아보고 싶어서" 싱어송라이터로 길을 넓혔다. 앞으로 송소희가 어떤 음악을 할 지는 본인도 모른다. 다만 "계속 재밌게 만들어보고 싶"을 뿐이다.
"저도 제 안에 이런 길이 있는지 몰랐어요. '그런 길'은 창작을 할 수 있는 길이었고요. 워낙에 제가 해 왔던 민요 한국음악이라는 건 저를 표현한다기보다 정해진 정답을 익혀서 잘 따라 하는 데 점수를 높이 주는 분야고, 그런 쪽으로만 내공을 쌓아왔어요. 뭔가 창작을 한다는 건 저한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한번 용기를 갖고 다 던져버리고 창작을 하다 보니까 '내가 이런 음악도 만들어낼 수 있구나' '나에게도 이런 길이 있구나' 했죠."
창작을 하며 자기 탐색을 거친 송소희가 본인에게 발견한 점은 무엇일까. 잠시 뜸을 들인 송소희는 "생각보다 어려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더라. 그 이전에 발매했던 싱글 앨범들도 이야기가 다소 가볍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내기는 싫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번 미니앨범 준비하면서는 최대한 가벼운, 최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해서 '사랑'이라는 주제를 하게 됐다. 작업하면서 계속 그걸 되뇌는 거 같다. '아, 어려운 걸 버리자' '복잡한 거를 버리자' 근데 저는 그런 걸 계속 생각하고 담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라고 부연했다. 회사(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서는 송소희의 기존 이미지 등을 고려해 '조금만 더 쉬워져 볼까?' 하고 제안했고, 송소희 역시 '이런 지점은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좋지만 살짝은 경계하고 있어야겠다' 하고 마음먹었다.
'공중무용'이라는 앨범으로, 적어도 음악 면에서는 "국악 완전히 버렸다고 생각"했다고 웃은 송소희는 "제 음악만의 색깔이라서 버리진 않을 것 같다. 버려지는 순간 기존 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음악이 될 거 같고, 버리고 싶어도 못 버린다"라고 밝혔다.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 계획이 있는지 묻자, 송소희는 '목소리를 섞는' 것보다 본인이 타인의 곡을 받아 부르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흥미로울 것 같다고 바라봤다. 아이돌로 범위를 좁히자면, 걸그룹 (여자)아이들과 작업해 보고 싶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댄스 챌린지를 너무 하고 싶지만 본인 포지션이 "상당히 애매"하다며 누가 좀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를 좀 더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송소희의 '공중무용'은 지난 4일 음원이 공개됐고, 조만간 음반이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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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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