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강', 민주당 '낙동강'… 접전지 공략 실패에 누구도 웃지 못했다

박세인 2024. 4. 1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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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과 동일한 양당 총선 성적표
국민의힘 서울서 3석 증가…대선보다 후퇴
'스윙보터' 한강벨트, 부동산보다 심판론
부산서 '조국효과' 못 누린 민주당, 3석→1석
文 조용한 유세 '보수결집' 역효과 분석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인천 계양을) 대표가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투표가 종료된 11일 새벽 인천시 계양구 후보의 선거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인천=뉴스1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받아낸 성적표는 직전 총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수당 자리를 유지한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진영의 경우 2020년 189석(민주당 163석, 더불어시민당 17석, 정의당 6석, 열린민주당 3석)을 얻었는데, 이번에도 189석(민주당 161석,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으로 동일했다. 국민의힘 역시 범보수격인 개혁신당까지 더하면,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111석을 차지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각각 영남권과 수도권 공략을 우선 전략으로 삼았다. '적진 탈환'을 통한 전체 파이의 확대를 노린 셈이다. 민주당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울산·경남(PK)의 '낙동강 벨트',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이끌었던 서울 한강벨트에서 추가 의석을 노린 것이다.

실제 이들 지역구를 중심으로 이번 총선은 치열했다. 투표일 직전까지 양당 지도부는 "격전지가 50곳 안팎"이라고 전운을 띄웠고, 투표 이후에도 전체 지역구의 10%에 가까운 24곳이 1, 2위 후보 격차가 3%포인트 이내인 ‘초경합지역’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결과에 따른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떠나며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대선 때 돌아선 한강벨트, 다시 민주당 손 들었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한강벨트에서 끝내 웃지 못했다. 벨트로 묶이는 5개구(마포 용산 성동 동작 영등포) 9개 지역구 중에서 3곳(용산 마포갑 동작을)을 얻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총선에서 단 한 곳(용산)에서 이긴 것과 비교하면 선전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당에서는 2022년 대선때 마포을을 제외한 8개 지역구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우세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서울 전체로 봐도 아쉽기는 매한가지다. 지난 총선에서 49개 지역구 중 강남권과 용산 등 8곳에서만 승리하는 데 만족해야 했던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2022년 대선에서는 동작, 영등포, 강동 등 한강벨트를 비롯한 14개 구(26개 지역구)에서 앞섰다. 당연히 '의석수'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11곳을 얻는 데 그쳤다.

원인으로는 정권 심판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연합전선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강벨트 등에 대한 부동산 표심이 이들을 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얘기다. 서울시내 선거구 중 1, 2위 후보의 격차가 3%포인트 이내였던 ‘경합 선거구’는 7곳인데, 이 중 도봉갑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선거구가 한강벨트와 강남3구에 속한다. 국민의힘은 경합 선거구 중 2곳에서 이기는 데 그쳤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박수영 국민의힘 부산 남구 후보가 10일 밤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목걸이를 걸고 환호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낙동강벨트 보수 결집 “부산 안디비졌다”

민주당 역시 기대했던 낙동강벨트 탈환에 실패했다. 당초 민주당은 PK 지역구 40곳 중에서 사상 최초 10석 이상을 기대했다. 21대 총선보다 3석 이상을 더 확보해야 하는 것인데, 여론조사만 봐서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5석에 그쳤다.

특히 부산에서는 현역의원 지역구 두 곳(남구, 사하갑)을 잃으며 1석에 그쳤다. 18대 국회 당시 1석(조경태 사하을 의원)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표다. 전직 구청장 출신 후보자가 대거 출마하는 등 승부수를 던졌지만, 부산에서 가장 선전했던 2016년 총선(5석) 당시에도 달성하지 못했던 ‘전 지역구 득표율 40%’에 만족해야 했다. 울산에서는 진보당에 북구를 양보하고, 동구에서 이기면서 1석을 유지했다. 경남에서는 창원성산에서 당선자를 배출한 대신 양산을을 내줬다.

당 안팎으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원도 역효과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갑을 비롯해 부산(사상, 금정, 강서), 울산(중구, 동구, 남갑), 경남(거제, 창원성산, 창원의창, 양산을) 등에서 ‘조용한 응원’을 펼쳤다. 하지만 이 중 당선자를 배출한 곳은 11곳 중 경남 창원성산과 울산 동구 두 곳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부울경은 과거에도 여론조사보다 실제 선거 결과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던 곳"이라며 "여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선거운동을 한 것이 이 지역 사람들에게 '과하다'고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율 차 3%포인트 이내 지역구

'3%포인트' 초박빙 지역구 24곳

2020년 총선에서 1위와 2위 후보의 격차가 3%포인트 이내인 초경합 지역구는 23곳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마찬가지로 24곳이 초경합 지역구로 분류됐다. 전체 지역구(254개)의 10%로, 격차를 5%포인트까지 늘리면 40개 지역구가 해당한다. 진보-보수 진영이 확보한 전체 의석수 차이가 78석에 달하지만, 유권자들은 쉽사리 한쪽 손을 들어 줄 수는 없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격차 3%포인트 이내 지역구 중 12곳에서 이겼다. 서울 지역 7곳 중에서는 5곳에서, 경기 인천지역 8곳 중에서는 4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반면 PK 5개 지역구 중에서는 2곳에서 이기는 데 그쳤다. 5%포인트 격차가 난 40곳 중에서는 민주당이 23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는데, 이 중 14곳이 수도권이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호남이나 대구경북 등 지역색이 뚜렸한 곳을 제외하면 3~5%포인트 이내의 박빙 선거구가 상당수"라며 "수도권이나 충청권에 있는 이들 지역구에서 민주당 손을 들어주는 경향이 강했다면, 이번에 부울경에서는 국민의힘에 더 힘을 보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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