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에서 만난 사람]양용은 "마스터스는 골프의 올림픽 같은 느낌"

주영로 2024. 4. 1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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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선수 최초 메이저 챔피언 양용은
오거스타 초청으로 마스터스 대회 현장 찾아
"2010년 한때 공동선두 나섰던 기억 생생"
"마스터스는 골프의 올림픽 같은 느낌"
후배들 향해 "먼저 부딪히고 도전해라"
아시아 선수 최초로 PGA 투어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양용은이 지난 10일(한국시간)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그때 우승을 해야 했습니다. 하하”

2010년 마스터스 2라운드. 양용은(52)은 공동 1위로 나서며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의 기대를 부풀렸다. 당시 우승했다면 2009년 PGA 챔피언십에 이어 마스터스까지 제패하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용은은 아쉽게 선두를 지키지 못하면서 공동 8위로 경기를 마쳤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활동을 마치고 챔피언스 투어에서 활동 중인 양용은이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 모습을 보였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역대 메이저 챔피언에게 해마다 초대장을 보낸다. 양용은은 아내와 함께 오거스타 내셔널을 찾았다.

양용은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며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양용은 이후 2022년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마스터스를 제패했지만, 아시아 선수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의 주인공은 양용은이다.

오거스타 내셔널을 찾은 양용은을 알아보는 팬이 많았다. 얼굴을 알아보며 인사하거나 손을 흔들며 반가워하는 팬이 적지 않았다. 클럽하우스 앞 야외 카페에서 옛이야기를 나누던 양용은은 14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대회 때 잠깐 선두로 나선 적이 있었다”라며 “그때 우승했더라면 저도 지금 마스터스 무대에 있을 텐데….”라고 챔피언스 투어에서 함께 뛰면서 마스터스에 나온 선수들을 부러워했다.

마스터스 우승자는 평생 출전권을 받는다. 환갑을 넘긴 프레드 커플스, 마크 오메라(이상 미국) 등이 여전히 마스터스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도 마스터스만의 특별한 대우 덕분이다.

마스터스 평생 출전권은 없지만, 대신 양용은도 마스터스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바로 메이저 우승자들에게 제공하는 초청장이다. 매년 2장의 초청장이 집으로 오고 골프장에서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와 주차권을 제공한다. 메이저 우승자에게 주는 골드카드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안에 있는 식당과 카페 등에서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멤버십 카드’인 셈이다.

양용은에게 마스터스는 어떤 추억으로 남아 있을까. “마스터스는 다른 메이저 대회와도 느낌이 다르다”라는 양용은은 “디오픈이나 PGA 챔피언십, US오픈은 매년 다른 코스에서 경기하지만, 마스터스는 같은 골프장에서 대회가 열리다 보니 마치 올림픽 스타디움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라며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오직 마스터스만을 위한 골프장이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골프의 올림픽 같은 느낌이 들고 다른 메이저 대회보다 더 집중하면서 경기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22년부터 챔피언스 투어에서 활동 중인 양용은은 마스터스에서 특급 대우를 받고 마스터스가 메이저 대회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그래도 자신이 우승한 PGA 챔피언십에 조금 더 애정을 보였다. ‘1년에 한 번 대회에 나올 수 있다면 어떤 대회에 나오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 PGA 챔피언십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36세의 나이로 PGA 투어에 진출한 양용은은 통산 2승(2009년 혼다 클래식, PGA 챔피언십)을 거둔 뒤 2022년부터 챔피언스 투어에서 활동 중이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데뷔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거쳐 늦은 나이에 PGA 투어로 왔다.

그는 세계 무대 진출을 계획 중인 후배들에게 “과거엔 경험을 쌓고 큰 무대로 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돌아보면 먼저 부딪히면서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시도하지 않고 기회가 오기를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30년 가까이 투어 활동을 해온 양용은은 챔피언스 투어로 무대를 옮긴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챔피언스 투어에선 나도 젊은 선수”라며 “60대, 70대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뒤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이 훈련하고 노력하게 된다. 앞으로 얼마나 더 활동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65세까지 투어 활동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활동 계획을 밝혔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역대 메이저 우승자들에게 대회 기간 식당과 카페 등에서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골드카드를 제공한다. (사진=주영로 기자)

주영로 (na187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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