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것과 변해야 할 것 [세상읽기]
서복경 | 더가능연구소 대표
22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났다. 그리고 정치의 새로운 주기가 시작되었다. 우리 헌법과 법률이 법정 선거주기를 두는 이유는 정당, 정치인과 유권자 모두에게 이전 정치패턴을 정기적으로 ‘새로 고침’ 하도록 강제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는 무엇을 바꾸어놓았을까?
우선 22대 국회의 원내 구성을 들 수 있겠다. 2020년 선거로 의석을 얻은 정당은 5개였던 반면, 이번 선거 결과로 유권자가 만든 원내정당의 수는 7개가 되었다. 지난 총선 지역구 투표에서는 3개 정당이 의석을 얻었고, 정당 투표를 통해서는 5개 정당이 의석을 얻었다. 선거 뒤 본정당과 소위 ‘위성정당’의 통합을 거쳐 미래통합당,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이 남아 21대 국회를 시작했다. 5월30일, 22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새진보연합, 새로운미래(의석수순)의 7개 정당 체제로 출발할 전망이다.
거대 양당 이외 정당들은 어느 한 진영에 속하여 국회 운영에 독립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거나, 결국 통합될 것이라고 인식되기도 한다. 물론 정당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이 반드시 독립적인 원내 목소리를 늘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은 다를 것 같다. 조국혁신당, 개혁신당은 선거 과정에서 누차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과 ‘통합은 없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조국혁신당은 더불어민주당보다 선명한 정부 견제 노선을 취하겠다고 했고,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는 다른 보수를 표방하고 있다. 진보당, 새진보연합도 나름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절실한 이유가 있다. 21대 국회보다는 더 다양한 주장과 지향이 각축하는 국회가 될 것 같다.
이번 선거가 만들어낸 또 다른 변화는 원내 리더십 그룹 정치인들의 면면이 빚어낼 역동성이다. 제1당 최다선 의원으로, 가장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인 추미애 의원이 있다. 그가 그동안 표방한 바를 실행한다면 민주화 이후 역대 국회의장 가운데 없었던 국회 수장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은 그 당 다음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든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중요한 리더십 역할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끊임없이 리더십을 시험받았던 21대 국회에서와 다른 출발점에서 22대 국회 제1당을 지휘하게 되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원내 진입이 처음이지만, 이미 대한민국 원내 제2당을 움직였던 경륜 있는 정치인이다. 역시 원내정치는 처음이지만 자당 내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고 있는 조국 대표도 있다. 큰 두 정당 지도부의 갈등과 교착으로 점철되었던 21대 국회와는 다른 국회 운영 모습이 나타날 것 같다.
세번째 변화는 당선된 국회의원들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집권당 외에 모든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겠다’는 다짐을 반복하면서 선거 캠페인을 지나왔다. 당선자 개개인의 특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캠페인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반복했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21대 국회의원들보다 더 강한 정부 견제 목소리와 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모든 변화를 압도하는 새로 고침은 4월10일 이전과 이후 달라진 시민들일 것이다. 선거는 엄청난 규모의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붐비면서 대량의 정보가 사방으로 흘러다니는 큰 장날과 흡사하다. 이전까지 ‘생활에 바빠서, 관심이 없어서’ 정치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시민들은 선거 장이 서면 대량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접하고 판단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충돌하는 다양한 정보들을 서로 나누고 해석하면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연결망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 연결망을 더욱 강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기적인 선거를 한번 거친 시민들은 이전과 질적으로 다른 정보와 판단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사면권, 법률안 거부권, 예산편성권과 집행권, 국무위원 임면권, 70만이 넘는 국가직 공무원들에 대한 직간접적인 임면권, 시행령 제정권을 가진 사람은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은 집권당 의석수가 21대와 유사해 보인다고 해서, ‘이후 정치가 4월10일 이전과 비슷하게 돌아갈 것이며 하던 대로 해도 괜찮다’는 생각에 빠지지 말고 서둘러 국정 기조와 국정운영 태도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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