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행 날개 단 이재명, ‘거대 민주당’ 효능감 입증해야

민생·개혁입법 성과 못 내면 “민주당이 심판 받을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김부겸, 이해찬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공동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제12차 합동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겸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되면서 이재명 대표는 당내 위상은 물론 야권 통틀어 명실상부한 유력 대선주자의 입지를 한층 굳혔다. 다만 21대에 이어 연속 거대 야당을 이끌면서 윤석열 정부 견제와 함께 민생개혁입법 성과를 동시에 일궈야 한다는 부담도 떠안게 됐다.

‘민주당(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포함) 175석’이란 압승이 확정된 11일, 이 대표는 승리를 자축하기보단 한껏 자세를 낮췄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이번 총선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의 위대한 승리”라며 “국민이 행사한 한표에 담긴 소중한 뜻을 전력을 다해 받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선자들을 향해서도 “당의 승리나 당선 기쁨을 즐길 정도로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선거 이후에도 늘 낮고 겸손한 목소리로 주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4·10 총선을 진두지휘한 이 대표는 국회 의석 절반을 훌쩍 넘는 압도적인 성적표를 움켜쥐면서 당 안팎에서 제기된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단번에 잠재웠다. 공천 과정을 두고 ‘이재명 사당화’라는 비판이 쏟아지며 당 장악력이 위태롭게 흔들리기도 했지만,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뒤 발 빠른 ‘선거 체제’ 전환과 대응으로 총선 승리를 안겼다는 평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공천 잡음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론 이를 불식시킬 만한 결과가 나왔다. 이 대표의 당내 입지 공고화는 물론 대선에 다시 도전할 발판은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당내 경선 등을 거치면서 중진 비주류 의원들이 다수 탈당하는 등 인적 구성도 재편된 상태다. 당장 오는 8월에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에서도 이 대표가 당권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가 재선에 나서지 않더라도, ‘친이재명 체제’의 지도부가 구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하다.

다만, 이 대표는 연속 두차례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효능감을 증명해야 한다는 과제도 떠안게 됐다. 야권에 200석 가까운 의석을 몰아준 ‘정권 심판’ 민심에 호응하는 동시에 선명한 입법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지난번에도 (21대 총선) ‘180석을 줬는데 뭐 했냐’는 소리를 그동안 많이 들었는데, 이번에도 못하면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민주당은 당장 21대 임기 종료 전에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특검법’ 처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진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다. 이와 동시에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양곡관리법 등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자동 폐기된 법안과 민생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 추진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21대 국회 종료 전에 채 상병 특검법 처리에 나서고 22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거부권으로 폐기된 법안 추진 검토와 시급한 민생법안 발의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 12석을 차지하며 원내 3당을 차지한 조국혁신당과 당분간 ‘협력 속 경쟁’ 관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80석 이상이 필요한 패스트트랙 지정 및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무력화 등을 위해선 조국혁신당과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총선 돌풍의 장본인인 조국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하면서 향후 이 대표와의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