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나랏빚 1127조인데 그많은 선심정책들 어쩔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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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나랏빚이 역대 가장 많은 1127조원을 기록했다.
11일 정부가 의결한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에서 지난해 중앙·지방정부의 채무를 합친 국가채무는 1126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9조4000억원 늘었다.
출범 첫해인 2017년 나랏빚이 660조원대였다.
지난해 총세입은 497조원으로 전년보다 77조원이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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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공약 중 실행 가능한 것 가려야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는 스스로 정한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GDP의 3% 이내로 제한하자는 게 재정준칙의 핵심인데, 법제화를 추진했지만 성사시키지 못했다. 올해는 재정수지가 더 악화돼 적자 비율이 4%를 넘어설 수 있다고 한다.
적정 수준의 국가채무는 경제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채무 규모가 크고 증가 속도가 빠르면 나라살림은 균형을 잃는다. 문재인 정부가 그랬다. 출범 첫해인 2017년 나랏빚이 660조원대였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치자 2020년 846조6000억원, 2021년 970조7000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2022년(1067조4000억원)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도미노 부실 등과 같이 돈이 넘쳐났던 '유동성 파티'의 후유증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경제는 고금리·고물가, 내수·투자 위축으로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 지난해 총세입은 497조원으로 전년보다 77조원이나 줄었다. 더욱이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으니 기회보다 위협요인이 더 많은 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재정을 적절히 써가며 민생·경제 회복에 마중물을 대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다. 다만 재정건전성 기조하에서 해야 마땅하다.
4·10 총선 전까지 정부가 24차례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 약속한 240개 정책을 시행하려면 수백조원의 재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재정지출 정책도 중요도, 시급성, 파급 효과 등을 따져 제대로 걸러내고 집행해야 한다. 경제가 성장해야 세수가 늘어나는데, 우리 경제는 2%대 성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거대야당이 된 민주당의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 공약 하나에 13조원이 든다고 한다. 추가경정예산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코로나 때 학습했듯이 '공짜 점심'은 없다. 소비진작 효과는 낮고 물가를 자극하는 일회성 현금지원은 옳지 않다. 국가재정에서 100% 지출하는 기본소득, 아동수당 등은 한번 도입하면 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세대가 현재의 복지를 위해 재정을 모두 써버리면 안 된다.
미래세대와 국가재정, 성장잠재력 등을 감안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중요하고 시급한 재정지출 사업이 많다.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투자, 내수·소비를 촉진하는 콘텐츠·보건의료·관광 서비스업 육성 등에 재정을 먼저 써야 한다. 공약사항을 곰곰이 따져보고 선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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