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한동훈의 ‘정치 112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11일 사퇴했다. 지난해 12월21일 그 자리를 지명받고 112일 만이다. “목련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이라 했지만, 현실은 짧은 ‘여의도 정치’의 막내림이다. “총선에 이기든 지든 4월10일 이후 인생이 좀 꼬이지 않겠나”라던 허세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됐다.
고군분투부터 독선까지, 그를 보는 당내와 보수의 시선은 착잡하다. 궁금해하는 것은 두 가지, ‘한동훈 정치는 왜 실패했을까’와 ‘정치적 미래는 있을까’이다.
당내에선 그의 실패와 정치에 대한 과도한 불신을 연결짓는다. 정치 본령에 해당할 ‘정치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 경험은 더 빈곤했다. “여의도 사투리”로 청산 대상을 지목하고 공격하는 데는 능했다. 검찰 출신의 그가 잘하는 일을 다시 했을 뿐이다. 정치 철학과 비전은 보이지 않았고 빈곤함만 노정됐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정치에 문제 있다고 보는데 야당을 향해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라고 외쳐본들 역효과만 나지 않겠나.”(한 중진 의원)
경험 부족으로 거론되는 대표적 사례가 공천이다. 정치적 배려·안배가 부족했다. 검사의 눈으로 계파·직능단체를 배제만 했을 뿐, 공천을 통해 여러 힘을 모으는 과정은 무시했다. 정치적 배려를 불신의 눈으로 보면 나눠먹기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연합하는 참여 과정이 된다. 선거전에서 ‘원톱’ 고집은 욕심으로 비쳤다.
그럼 그의 정치는 미래가 있을까. 그는 이날 사퇴 회견에서도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정치 재개 예고인 셈이다. 그는 “어디에서 뭘 하든 나라를 걱정하며 살겠다”고 결기를 내비치지만, 당 안팎은 회의적이다. 당에 뿌리가 깊지 않고 자기 사람도 몇 없는데 원외에서 현실 정치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보수의 외연 확장 기대에 한계를 보인 점은 아주 아픈 약점이 될 것이다.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한동훈 정치의 ‘일단 퇴장’은 빈약한 정치 경험과 철학에도 오만한 정치 불신으로 일관한 대가일 게다. 총선 민심이 윤석열 대통령을 심판한 본질도 딱 그것이다. 그 점에서 윤·한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았다. 그의 뜻과 무관하게 ‘한동훈 정치’의 미래를 낙관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김광호 논설위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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