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아 옆에 이효리 있었으면 [연예기자24시]
11일 보아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결국 법적대응의 칼을 뺐다. SM은 “아티스트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 악의적 인신공격, 모욕, 비방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중략) 국내외로 대규모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며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와 같은 행위가 한 사람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로 인해 아티스트가 큰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은퇴’까지 언급한 보아의 고통스러운 현재 상태를 전했다.
소속사마다 악성 댓글(악플)에 대한 법적 대응을 알리는 입장문이 이어지는 요즘이지만, 이날 SM의 입장문에는 특히나 보아의 아픔이 배어있는 듯해 마음이 좋지 않다.
세상 일은 예상대로도, 뜻대로도 안되지만 이번 ‘보아 사태’(마땅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이렇게 부른다)는 복기해봐도 기가 막힌 구석이 있다. 도대체 ‘아시아의 별’로, 아이돌들의 워너비로 사랑받고 존경받아온 보아에게 최근 두 달여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발단은 지난 2월 보아가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후반부에 극중 훼방꾼이자 악역 오유라 역으로 등장하면서다. 승승장구하던 드라마에 출연하자마자 보아는 뜻밖에 두드려맞았다. 연기가 어떻네, 입술이 어떻네 단숨에 동네북이 됐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개이고 반응이었다.
당황한 보아 역시 대응도 하고 화도 내봤다. 그럴수록 악플이 더해졌다. 결국 보아는 “관리 안 하면 안 한다 욕하고, 하면 했다 욕하고. 살 너무 빠졌다고 살 좀 찌우라고 해서 살을 찌웠더니 돼지 같다 그러고”라고 하소연했다. “너네 면상은 모르지만 인생 그렇게 시간 낭비하지 말라. 미안하지만, 난 보아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번엔 “난 보아다”라는 대목에서, 잘난 척 한다는 악플이 쏟아졌다. 기자가 보기에는 보아가 다친 마음을 간신히 추스르며 자신에게 힘내라고 던진 듯한 안간힘의 말인데 그게 또 어디가 그렇게 밉게 보였을까.
보아도 지쳤을게다. 지난 6일에는 “이제 계약 끝나면 은퇴해도 되겠죠?”라고 ‘은퇴’라는 단어까지 꺼내들었다. 팬들이 화들짝 놀라자 보아는 2025년 12월까지 계약이 남아있다고 알렸으나 이대로라면 언제 접고 떠날지 몰라 걱정스러울 정도다.
보아가 누군가. 코를 찡긋거리고 까르르 웃기도 하던 만 13세, 보아는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격렬한 춤을 추면서 ‘아이디 피스 비(ID ; Peace B)’를 열창했다. 춤 노래 뭐든 완벽해야 직성이 풀렸던 이 소녀는 나홀로 일본에 진출해 외로움을 밥먹듯 하며 버텨냈고 그렇게 노력하고 또 노력하며 SM과 K팝의 성장 발판을 만들어 ‘아시아의 별’이 됐다. 후배들은 입만 열면 롤모델로 보아를 꼽았고, 보아는 아이돌 후배들에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별이었다.
어떤 사태가 벌어져 불안한 결말로 치달을 때 “브레이크가 없다”는 말을 종종 쓰는데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으면 파국을 면치 못한다. 그럴수록 어떻게든, 누군가라도 나서서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한다. SM이 법적 대응이라는 뻔하지만, 가시적 효과는 있을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면 이번엔 마음의 상처로 울부짖는 보아를 달래고 붙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보아의 마음을 완전히 헤아릴 수 있는 업계 사람이면 좋겠고, 보아처럼 어린 나이에 정상에 서 봤고, 한창 나이에 내려가는 경험도 해본, 그러면서도 동시에 욕심을 줄이고 지금의 내게 맞는 일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는 그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
인생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와 마음을 보듬어줄 온기, 그리고 지나 보면 또 아무 일도 아닐 수 있는 지금의 힘듦을 한번쯤 털고 웃을 수 있게 해줄 유머를 겸비한. 딱 이효리 같은 사람이면 좋겠다. 민낯으로, 넓은 이마를 드러낸채 시술과 성형의 유혹을 솔직히 고백하며 인생 이야기를 나눌 언니같은 사람이 지금 보아 옆에 있으면 좋겠다. 이효리든 엄정화든 누구든.
“아프면 자기 손해이고, 세상엔 나 혼자 밖에 없으며, 울어도 힘든 일은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도 온라인에서 회자되는 ‘보아 어록’이다. 일본 활동 당시 16살 보아가 병원에 입원해서 한 말이다.
보아는 20주년 기념으로 네이버브이라이브에서 랜선 팬미팅을 진행하며 “명언이라기보다 16세 때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라며 “지금 와서 보니 가끔 우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눈물이 필요한 때가 있더라”라고 했다.
맞다. 가끔 우는 것도 좋은 일이다. 운다고 힘든 일이 당장 해결되는건 아니지만 울고 나면 시원해지긴 한다. 세상엔 나 혼자 밖에 없지도 않다. 가족도 있고, 보아 보다 먼저 보아와 같은 길을 걸어본 ‘언니’들도 있다.
보송보송 솜털 가득했던 어린 보아는 그저 하루 하루 노래 부르고 춤추며 씩씩하게 열심히 살았다. 지금도 보아는 그렇게 살고 있을 뿐이다. 다만 필요한건, 그렇게 예나 지금이나 열심히 살았는데 영 달라진 세상의 온도에 대한 학습이고 내성이다.
이럴 땐 진작 경험해봐서 진심으로 공감하고 애정으로 보듬어줄 수 있는 언니가 약이다. 유튜브에 나와 악플 얘기를 하다 “(우리땐) 눈알 판 사진이나 얼굴에 낙서해서 보내고 그랬다. 옛날이 더 인간적이라고 해야 하나”라며 과거 악성 팬들과 현재 악플러들을 두루 시원하게 저격한 이효리처럼 입담도 좋은 그런 언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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