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엇갈린 '대권잠룡'들…'깜짝 당선' 이변의 주인공은?
4·10 총선 결과가 발표되자 거물급 정치인들도 울고 웃었다. 여·야 유력 대권·당권 주자들 가운데 다수는 그 입지를 한층 공고히 한 반면 한 시대를 주름잡던 일부 정치인들은 고배를 맛봐야 했다. 대부분이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본 정치인이 이변 속에 당선되며 몸값을 올린 경우도 있었다. 최고령 당선인은 본인 나이보다 높은 득표율로 당선돼 여전히 정정한 모습을 보였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선인)는 4·10 총선 인천 계양을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꺾었다. 명실상부한 야권 제1 야당의 대선주자라는 점은 재확인한 셈이다. 이 대표는 54.12%의 득표율로 원 전 장관(45.45%)을 8.67%p(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그러나 원 전 장관도 이번 총선을 통해 여권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야당의 정치적 텃밭에서 제1 야당 대표를 상대로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일각에서는 원 전 장관이 차기 당권에 도전할 정치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은 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54.01% 득표율을 얻어 류삼영 민주당 후보(45.98%)를 8.03%p로 눌렀다. 이재명 대표가 6차례나 류 후보 현장 지원을 했으나 나 당선인의 '중진의 힘'을 뚫지 못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비윤'(비윤석열계) '5선' 나 당선인도 높은 인지도와 확장성을 바탕으로 차기 국민의힘 당권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경기 분당갑에서는 안철수 국민의힘 당선인(53.27%)이 이광재 민주당 후보(46.72%)를 6.55%p 차로 따돌렸다. 안 당선인도 4선 의원이자 여권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4번째 도전한 총선에서 처음으로 당선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이변의 당선인'이다. 경기 화성을에 출마한 이 대표는 42.41%의 득표율로, 2위인 공영운 민주당 후보(39.73%)를 2.68%p 차로 이겼다. 인천일보·경인방송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첫 여론조사에서 공 후보(46.2%)에게 이 대표(23.1%)는 더블스코어로 뒤지고 있었다. 뒤늦게 선거 레이스에뛰어들었지만 탁월한 개인 기량을 바탕으로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거대 야당 후보를 3주 만에 역전한 것이다.
개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2석을 확보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연일 존재감을 보여왔던 만큼 원내에서 보여줄 이 대표의 화끈한 전투력을 기대하는 정치권의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개인기를 통해 본인과 당에 승리를 안겨준 이 대표를 차기 40대 대선주자 중 앞순위에 꼽고 있기도 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물급' 정치인들도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대선주자급'으로 평가되는 이낙연, 심상정, 김두관 후보 등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미래를 만든 이낙연 후보는 광주 광산구을에 출마했으나 13.84%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76.0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지역 기반에서 대패하면서 향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광주시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1942년생으로 올해 81세인 박 후보는 헌정사상 최고령 당선인이 됐다.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릴 정도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이었던 박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92.35%의 득표율을 보이며 전국 최다 득표율로 당선되기도 했다. 박 후보는 이번 총선으로 '5선 고지'에 오르게 됐다.
이번 총선에서 최연소 당선 후보는 경기 화성시정에서 유경준 국민의힘 후보, 이원욱 개혁신당 후보 등과 겨뤄 승리를 거둔 전용기 민주당 후보다. 1991년생인 전 후보는 올해 32세다. 21대 국회의원이기도 한 전 후보는 이번에 지역구 당선에 성공하면서 최연소 재선 의원이라는 타이틀도 함께 얻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구 후보 254명의 평균 나이는 56.7세로 집계됐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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