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의 ‘군사 대국화’ 용인한 미국 결정 우려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주일미군과 통합자위대의 연계 강화, 무기 공동 개발·생산 협의체 창설, 군사 정보·감시·정찰 협력 등 전례 없는 수준의 군사협력 강화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의 군사비 대폭 증액과 반격능력 확보, 무기수출 제한 철폐 등을 적극 지지했다. 또 미·영국·호주 동맹(오커스), 미·영·일 3자 군사훈련, 미·일·호 공중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 미·일·필리핀의 남중국해 공동 대응까지 대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다양한 소다자 안보협력틀에 빠짐없이 일본을 초대했다.
양국은 이번 합의를 사상 최고 수준의 동맹 격상으로 평가했다. 그런 평가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후 점령국·피점령국으로 시작한 양국 군사관계는 1960년 안보조약 체결 후에도 전수방위를 규정한 일본 평화헌법의 제약하에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으로 사실상 그 족쇄를 모두 풀고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들었다. 양국이 상정한 공통의 적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두 정상이 서두른 이유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국력 약화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는 중국·러시아 등의 반발을 불러 동아시아 신냉전적 대결 구도를 강화할 것이어서 우려스럽다. 여기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면제해주고 군사 역할 확대에는 사실상 백지수표를 쥐여준 책임도 크다. 하지만 그런 방침에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 시민들이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것이 일본의 헌법 개정 없이 할 수 있는 일인지, 일본 내 전폭적 지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제 한국도 미·일이 주도하는 판에 더 깊이 들어갈 것인가. 한국이 미·일과의 협력에서 얻는 게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협력의 정도는 종합적인 국가전략 속에서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처한 지정학적 입장은 같지 않다. 우리에게 중요한 잣대는 한반도 통일과 비핵화, 평화에 얼마나 이로운가이다. 4·10 총선에서 엄중한 심판을 받은 윤석열 정권은 기왕의 결정이 옳았는지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이념적으로 편향된 소수의 대통령 참모들에게 국가 운명을 맡겨도 좋은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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