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참패 수습도 전에 리더십 공백···"재창당 수준 환골탈태 필요"

이진석 기자 2024. 4. 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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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쇄신 방향은
韓, 107일만에 비대위원장직 내려놔
넉달만에 지도부 공백···윤재옥 대행
비대위·조기 전대 등 요구 목소리
다음주 '당선자 총회'서 논의할듯
당내 여론은 '용산 책임론'에 쏠려
친윤과 각세우던 수도권 중진 중심
국민의힘 차기 권력구도 재편 전망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이끈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여당은 내부 혼란을 수습하기도 전에 리더십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됐다. 기록적인 참패를 당한 근본적인 배경으로 ‘용산 책임론’에 당내 여론이 쏠리는 가운데 ‘친윤(친윤석열)’계와 각을 세웠던 수도권 중진들을 중심으로 여권 내부의 차기 권력 구도가 급격히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깊이 반성한다”며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위기에 빠진 당을 살려낼 ‘구원투수’로 나선 지 107일 만에 정치 일선을 떠났다. 한 위원장은 “민심은 언제나 옳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에 부족했던 우리 당을 대표해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며 “100여 일간 저는 모든 순간이 고마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번 선거 패배가 ‘당과 대통령실 공동의 책임’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지적에 대해 “제 책임”이라고 선을 그으며 “패배 원인은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라 생각하고 그 책임은 오롯이 제게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과 보조를 맞춰온 장동혁 사무총장을 비롯해 박정하 수석대변인과 박은식·구자룡·윤도현·장서정 비상대책위원 등 지도부 인사들도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일제히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지난해 ‘김기현 지도부’가 해체된 지 넉 달 만에 또다시 지도부 공백 사태에 놓이게 됐다. 윤재옥 원내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당분간 당을 이끌어가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부글부글 끓는 당내 불만을 진화시키려면 새로운 비대위를 다시 꾸리거나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총선 패배로 당이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쇄신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들 입장에서 마땅치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정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여론에 따라 윤 원내대표는 이르면 다음 주 중 당선자 총회를 열고 새 원내대표 선출을 포함한 당 지도 체제 재건 방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 지도부 구성에 있어 21대 국회 후반기 요직에 포진했던 친윤 의원들은 배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패배의 핵심 요인으로 ‘정권심판론’이 꼽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호해온 이들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권 내 중량감 있는 인사들도 ‘범친윤 물갈이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정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홍 시장은 “당정에서 책임질 사람들은 모두 신속히 정리하자”고 주장했고 김 지사는 “당과 정부는 재창당에 준하는 혁신을 하고 내각과 대통령실을 새롭게 구성해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생환한 중진들을 중심으로 당이 재편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정권 심판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던 수도권에서 살아남은 나경원(서울 동작을) 당선인과 안철수(경기 분당갑) 의원의 역할론이 거론된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출마했다가 친윤계의 ‘공개 비토’에 시달리며 당내 입지가 급격히 좁아진 공통점이 있다. 나 당선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집권 여당의 앞날이 매우 위태롭다”며 “조금이나마 정치를 더 오래 지켜봤던 제가 대화와 타협의 물꼬를 트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도 “당정은 민심을 받들어 전면 혁신에 나서야 한다”며 “총선 참패 원인을 제공한 당정의 핵심 관계자들의 성찰과 건설적 당정 관계 구축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을 수용해 경남 양산을에서 힘겨운 승리를 거둔 김태호 의원과 ‘수도권 위기론’을 설파해온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 당내 최다선인 6선 고지에 오른 주호영(대구 수성갑)의 당내 영향력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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