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미소 되찾은 윤이나, 9언더파 공동 선두... "들뜬 마음 다잡은 게 좋은 결과 이어져"
‘4월의 골프 축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3회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총 상금 10억 원·우승 상금 1억8,000만 원) 개막 첫날 ‘장타자’ 윤이나가 9언더파를 몰아치며 공동 선두로 나섰다. 윤이나는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잡는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징계 복귀 2번째 대회 만에 존재감을 과시했다.
평일인데다 오전 한때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을 직접 보기 위해 700여 명의 갤러리가 몰려 샷 하나하나에 환호와 탄식을 번갈아 내뱉었다. 선수들은 겨울 내내 갈고 닦은 실력을 과시하며 팬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누구보다 필드가 그리웠던 윤이나의 기세는 초반부터 매서웠다. 윤이나는 11일 인천 영종도 클럽72 하늘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 하나 없이 버디 9개 63타를 몰아치며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쳤다.
지난 8일 끝난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공동 34위로 무난한 복귀전을 치른 윤이나는 이날 자신의 장기인 호쾌한 장타 대신 정확도로 승부를 걸었다. 마음만 먹으면 300야드를 때릴 수 있는 윤이나였지만 이날은 287야드를 한 번 쳐냈을 뿐 평균 티샷 거리가 244야드로 정확한 샷에 중점을 뒀다.
이 때문에 페어웨이를 놓친 홀은 단 2곳에 불과했다. 정확한 티샷은 정확한 아이언 샷으로 이어져 그린은 딱 한 번만 놓쳤다. 9개의 버디도 정확한 샷이 바탕이 됐다. 홀 2m 이내 거리에 붙여 뽑아낸 버디가 5개나 됐고, 5m가 넘어간 버디 퍼트를 집어 넣은 것은 두 번뿐이었다.
윤이나가 기록한 63타는 코스 레코드 타이기록에 해당하지만, 이날 페어웨이 상태 때문에 볼을 옮겨서 칠 수 있는 프리퍼드 라이가 적용되면서 코스 레코드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클럽72에서 잔디 밟으면서 경기할 수 있어 너무 기뻤다는 윤이나는 "복귀 첫 대회 때 긴장 많이 됐는데 두 번째라 확실히 긴장감도 많이 내려갔고 캐디와 재미 있게 하다 보니까 스코어가 잘 나왔다"면서 "아직은 어려운 부분은 있어도 동료 선수들과 대화도 한다. 지난 대회 때는 몸이 굳는 느낌이었는데 몸도 마음도 좀 편해져서 경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실전 감각도 한결 나아졌다. 첫 출전 대회에서 퍼트 감각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던 윤이나는 "스리 퍼트 위기가 몇 번 있었지만 지난 대회보다는 나아졌다"면서 "하지만 아직 거리감 측면에서는 익숙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습하고 훈련한 100%를 이날 경기에서 발휘했다고 자평한 윤이나는 "오랜만에 좋은 스코어가 나와서 경기 중간에 마음이 들뜨길래 '아직 홀이 많이 남았다'면서 다잡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첫날 좋은 스코어에 우승이 욕심 날 법도 하지만 윤이나는 "우승을 목표로 경기하지는 않는다. 이번 대회도 우승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매 샷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냥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오랜만에 복귀하면서 달라진 점에 대해 윤이나는 "골프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됐고 더 골프를 좋아하게 된 점이 달라진 부분"이라며 "내가 왜 골프를 해야 하는지 많이 생각했는데 내가 골프를 많이 좋아하더라. 그래서 더 골프를 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2라운드에는 오후 시간에 티오프하는 윤이나는 "내일은 오후에 바람이 많이 불 것 같아서 공을 낮게 치는 연습을 할 것"이라며 "더 차분한 마음으로 경기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2022년 드림투어 상금왕을 차지해 지난해 정규투어에 데뷔한 김서윤도 이날 9언더파 63타를 쳐 윤이나와 함께 리더보드 상단을 점령했다. 통산 4승을 따낸 조아연과 배소현이 8언더파 64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조아연은 5연속 버디를 포함해 9개의 버디를 뽑아냈고, 배소현은 버디 8개를 쓸어 담았다.
방신실은 5언더파 67타로 무난하게 1라운드를 마쳤고, 황유민과 이예원은 1언더파 71타로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스코어를 제출했다. 디펜딩 챔피언 이주미는 이븐파 72타로 중하위권으로 밀렸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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