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본질의 가치는 절대 달라지지 않아… 창업 DNA로 계속 도전할것"
대학서 정치학 공부… 1998년 창업
구직자 돈 들여 채용 공고 확인 불만
스스로 일자리 문제 해결위해 시작
"'모두가 행복한 세상' 비전 유지하며
회사 성장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
"20대가 힘든 건 좋은 일자리가 없어서도 이지만 모든 게 불투명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20대들이 개발도상국 세대라면 지금의 20대는 선진국 세대죠. 20대들은 구체적인 고민들이 많은데다 논리적이며 합리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안다는 점이 예전보다 훨씬 큰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국내 최초로 구인구직 채용포털을 만든 서미영(50·사진) 인크루트 대표는 11일 인터뷰에서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대들과 관련해 이같은 말을 전했다.
서 대표는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와 연세대학교 정치학과 석사 과정 등 정치 관련 학문을 전공한뒤 1998년 인크루트를 창업, 채용시장에 뛰어들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는 "첫 직장 생활을 1997년에 시작했지만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외환위기 사태가 터졌다"며 "그때는 어느 기업할 것 없이 구조조정에 몰두했던 시기였고 신입사원이었던 제게도 그 여파가 전해질 정도로 충격이 컸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채용 자체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채용 플랫폼에 도전하게 된 계기 역시 이 때문이었다. 서 대표는 "당시 채용 공고를 보기 위해서는 구직자가 돈을 들여 찾아야 했는데 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이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채용 정보 접근성이 워낙 제한적이다 보니, 일자리를 잃어본 저 같은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엄밀하게 따지면 저 스스로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뛰어든 것이 결과적으로 창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첫 채용 플랫폼에 대해 "1998년 6월에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우리가 만든 건 국내외 어디에도 없던 구인과 구직 데이터베이스(DB)를 연결하는 것으로, 당시에는 삐삐(1990년대 쓰였던 휴대용 수신기기)에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함께 개시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크루트를 만들면서 취업을 원하는 누군가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렇다 보니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직업과 채용 관련 시장을 꼼꼼히 살펴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채용 시장의 분위기를 외환위기보다 더 혹독하다고 평가했다. 서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채용 시장이 받았던 충격과 회복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 채용 시장은 지난해 8월부터 급격하게 냉각돼 왔으며, 올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치열해지고 있는 HR(인적자원) 경쟁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서 대표는 "최근 채용 시장은 경력 위주의 수시 채용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고, 예전과 다른 경쟁자도 증가했다. 기업들은 또한 정규 직원 채용보다 필요할 때 구하는 긱워커(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단기로 계약을 맺고 일회성 일을 맡는 노동자)의 비중을 늘여 갈 것이기 때문에 기업 채용담당자의 역할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인크루트의 대응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CEO로서 4년동안 채용과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다른 경쟁회사들과 차별적인 성장 로드맵을 만들어왔다"며 "플랫폼 사업 분야는 '인크루트'외 헤드헌팅 플랫폼 '셜록N'으로 경력직 채용을 보완하고, 긱워커 플랫폼 '뉴워커'로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과 사람을 연결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는 회사 경영방침의 범위내에서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서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무슨 일을 하든 공부없이 할 수 있는 분야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저 스스로에게 요구되는 것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부를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책을 쓰기도, 강의를 하면서 교수가 돼보기도 했다"며 "최근 4년 정도는 CEO라는 직업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과 사람을 연결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는 비전을 유지하면서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지금까지는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아왔지만 이젠 고객의 니즈에 대해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기술은 점점 보편화되고 있지만 절대 달라지지 않는 것은 본질의 가치"라며 "앞으로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예전에는 후배들에게 채용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하고 싶은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조언했으나 지금 20대들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수입은 필요한 만큼 긱워커를 통해 벌라고 하고 싶다"며 "과거와 비교하면 자신에게 투자하는 방법이 달라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 20대는 과거 선배들이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나중에 꼭 정답이라는 법은 없으니 경직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서 대표는 "인크루트가 지속해오고 있는 배경은 창업 DNA를 계속 도전대에 올려왔기 때문"이라며 "최근 4~5년 동안의 성장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으며 앞으로 보여줄 성장 가능성 또한 크다"고 덧붙였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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