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따이용 신드롬’ 신태용 “우린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독려했죠”

양준호 기자 2024. 4. 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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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173위서 쿠웨이트보다 높은 134위로
亞컵 16강에 월드컵 예선서 베트남에 2연승
인스타그램 팔로어 250만, 출연 광고 6~7개
“꼴찌의 마음으로 월드컵 최종예선 준비할 것”
올해 1월 아시안컵 16강 호주전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신태용 감독. 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 나선 신태용 당시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EPA연합뉴스
[서울경제]

‘아빠도 힘들어 ㅜㅜ.’

신태용(54)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이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린 답글이다. 축구 게임 광고 영상 속 ‘신바람 이박사’처럼 춤추는 신 감독의 모습에 큰아들 신재원(K리그2 성남FC)이 ‘이제 계속 춤추기로 한 거예요?ㅋㅋ’라는 반응을 남겼고 여기에 답글로 장난스럽게 투정한 것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긴 ‘카잔의 기적’ 당시 한국 대표팀 감독이던 신 감독은 올해 ‘인니의 기적’을 이끌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월 아시안컵에서 사상 첫 16강 신화를 이뤘고 지난달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에서는 동남아시아 강호 베트남을 1대0, 3대0으로 제압했다. 베트남전 관중석에는 ‘삼성 미안해요. 한국 최고 수출품은 신태용’이라는 응원 문구도 등장했다.

베트남 축구 영웅으로 추앙 받았던 박항서 전 감독처럼 인도네시아 축구에 신 감독의 존재는 구세주다. 출연하는 광고가 6~7개에 이르고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250만에 육박한다.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한 신 감독은 “인스타그램에 우리 선수들과 경기했던 사진, 일상 사진들을 올릴 뿐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데 240만 넘는 팬이 응원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감사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광고는 촬영 시간이 길고 여전히 어색하지만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 스태프들이 워낙 잘 챙겨줘서 크게 힘든 것은 없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신 감독을 현지 발음으로 ‘신따이용’이라고 부르고 쓸 때는 영어 이니셜로 ‘STY’를 사용한다. 현지에서 인기가 어느 정도냐는 물음에 신 감독은 “어디를 가든 사진 찍어달라고 하고 길거리에서 보면 ‘신따이용’ 외치면서 환호해주고 쫓아오고 그런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시안컵 16강만으로도 역사적인 일인데 베트남전 연승으로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도 예약했다. 대업 달성 뒤 느슨해질 수도 있었을 선수단을 신 감독은 어떻게 다잡은 것일까. 그는 “16강을 기뻐하는 것은 좋지만 이제 우리는 첫걸음을 뗐을 뿐이고 올라갈 일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베트남과 2연전은 그렇게 올라가기 위한 큰 발판이자 1년 중 가장 중요한 경기라고 동기부여를 하면서 팀을 만들어갔다”고 돌아봤다.

신 감독은 2019년 말에 인도네시아를 맡았다. 처음부터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여기 선수들은 좀 느긋한 스타일이었어요. 한국 선수들은 훈련장 가면 2~3분이면 준비해서 피치로 나오는데 이 친구들은 감독·코치들 다 나와 있는데도 신발끈 매면서 서로 얘기하고 그러다가 10분 뒤에 나오는 것입니다. 엄청 혼내고 시간 약속 안 지키면 벌금 내게 하면서 규칙을 몸에 배게 했죠. 어떤 일에든 핑계 못 대게, 거짓말 못 하게 강하게 잡아갔죠.”

한편으로는 스킨십과 장난을 걸면서 격의를 무너뜨렸다. “화도 내지만 어느 시점에는 다가가서 풀어주고 또 너무 풀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인상도 쓰면서 ‘밀당(밀고 당기기)’에 신경 썼다”는 설명이다. 신 감독은 카멜레온 전술로 유명한데 우리 팀을 속속들이 잘 알고 적도 아군에 버금가게 파악하고 있어야 가능한 전술이다. “한국에서 감독 생활할 때나 지금 여기 선수들한테나 똑같아요. 스스로 칭찬할 수 있는 경기를 하라고 주문합니다. 그렇게만 되면 지더라도 다음에 어떻게 도전할지 준비가 되거든요.”

신 감독은 골프 고수로도 유명하다. 퍼트 감각이 좋아 한 라운드에 버디 7개를 잡은 적도 있다. 드라이버 샷으로 220~230m를 보내며 평균 70대 중반 스코어를 유지하고 있다. 신 감독의 골프 사랑은 여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에서 아시아골프리더스포럼(AGLF·회장 김정태) 주관으로 열린 시몬느 아시아퍼시픽컵의 홍보대사로 활약하며 현지 골프계와 교류하는 등 축구뿐 아니라 ‘K골프’도 전파하고 있다.

신 감독은 지금 카타르에 있다. 23세 이하(U-23) 대표팀 사령탑도 겸하고 있어 파리 올림픽 티켓이 걸린 U-23 아시안컵에 집중할 시기다. 15일 개막하는 이번 대회에서 인도네시아는 카타르·호주·요르단과 한 조다. “우리 조가 죽음의 조”라고 진단한 신 감독은 “좋은 팀들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 목표는 예선 통과”라고 했다.

신 감독 부임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3위였던 인도네시아 A대표팀은 현재 134위다. 쿠웨이트(139위)보다도 높다. 아시아에 배정되는 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4.5장에서 8.5장으로 늘어 2026 북중미 월드컵 참가도 꿈이 아니다. 하지만 신 감독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재로서는 본선에 도전하는 나라들 중 우리가 꼴찌”라고 자세를 낮췄다.

카잔의 기적을 넘어서는 최고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느냐는 물음에 신 감독은 “그때의 기쁨은 지나간 일이다. 돌아보면 팀을 맡아서 만들어간 기간이 고작 10개월이었기 때문에 월드컵에 나간다면 긴 호흡으로 진정한 도전을 해보고 싶다”면서 “한국 대표팀이든 인도네시아 대표팀이든 그렇게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시몬느 아시아퍼시픽컵 골프대회의 이벤트 경기에서 공을 차는 신태용(왼쪽) 감독. 오른쪽은 큰아들 재원씨다. 사진 제공=AGLF
드라이버 샷 준비하는 신태용 감독. 사진 제공=AGLF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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