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高금리 인하정책 탄력… 은행 '상생 청구서' 긴장감[포스트 총선, 한국경제 나침반은]

서혜진 2024. 4. 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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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 가계·소상공인 영향은
이재명 대표 발의'이자제한법'
가산금리 인하추진에 관심 쏠려
구체적인 예산 마련방안은 없어
은행권, 규제·비용압박 가중 예상
작년 21조3000억 상생금융 투입
경영진 보수 환수제 추진도 부담
게티이미지뱅크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이 승리함에 따라 가계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금리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각종 금융정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가산금리를 손질해 대출금리를 낮추고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등의 금융정책이 은행권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가계·소상공인 금리 부담 내려갈까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의 가장 큰 관심은 차주들의 금리 부담 완화가 실제로 추진될지 여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가산금리 인하, 전 국민 생계비계좌 도입, 청산형 채무조정 확대 등 '고금리 부담 완화 3종 세트'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먼저 현재 대출금리의 가산금리는 리스크 관리비용과 법적 비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법적 비용은 △예금보험료 △지급준비금 △교육세 △기금출연료 등이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1월부터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안을 통해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을 가산금리 항목에서 빼기로 했는데 신규 대출에서만 이 비용이 제외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교육세와 기금출연료 등도 금융소비자에게 부당 전가되고 있다며 가산금리 산정항목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정책모기지와 정책금융기관부터 선제적으로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와 금리인하요구권 주기적 고지 의무화, 법정 최고금리 초과 계약에 대해 이자계약 전부를 무효화하는 방안도 추진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법정 최고금리 초과 계약에 대해 이자계약 전부를 무효화하는 방안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2년 7월 대표 발의한 이자제한법·대부업법 개정안은 이자율이 연 20%를 초과하는 대출의 경우 이자 계약 전부를 무효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바 있다.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이자만 무효로 하는 현행법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확대도 추진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상공인전문은행 설립은 금융당국이 총선 이후 박차를 가할 예정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제4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도전에 나선 4곳(U뱅크·KCD뱅크·소소뱅크·더존뱅크)이다. 이들 대부분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특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소상공인 내일채움공제를 도입해 자산형성도 지원된다. 영세소상공인을 대상으로 3년 동안 매월 저축하는 일정 금액만큼 정부가 매칭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상공인 내일채움공제는 대출금 상환, 영업자금 등 용도 제한 및 압류가 금지된다.

■장외파생상품 판매 규제·제재근거 강화 등 은행권 규제 강해진다

은행권 규제는 이전보다 강화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발생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등과 관련해 장외파생상품 개인판매 규제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ELS 등 고위험·고난도 상품을 개인에게 판매할 때는 금융당국 심사 후 승인을 받도록 하는 사전승인제, 연령·투자성향·경험 등에 기반해 은행 내 개인별 고위험·고난도 상품 투자한도를 제한하는 규제방안 도입도 추진한다.

여신전문회사와 상호금융의 금융사고(횡령·배임 등) 제재근거도 강화한다.

금융기관 경영진을 대상으로 '보수환수제(clawback)' 도입도 추진된다. 금융회사 재무제표에 중대한 오류 등이 발견되면 일정 기간에 해당하는 경영진 보수를 환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출금리 부담 경감과 금융사 제재 강화 등이 함께 진행되면 은행권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 정책금융기관에 대한 금융권 출연요율 상향 등은 은행권에 직접적인 수익 감소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미 홍콩 ELS 자율배상과 상생금융에 소요되는 비용만 지난해 은행권 당기순이익(21조3000억원)의 20%에 달한다. 구체적인 예산 마련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총선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은행권의 추가 비용 투입 압박이 이뤄지면 은행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약을 실현할 구체적인 예산 마련방안은 내놓지 않아 또다시 금융권에 비용부담을 전가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효과 있을지 미지수…'구호'에 그칠 가능성도

이 같은 금융정책 방향이 정책 수혜자들의 부담 완화 효과가 실제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산금리 인하 방침에 대해 "대출금리는 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을 바탕으로 이자마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산금리 항목을 축소해도 실제 금리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정 최고금리 초과 계약에 대해 이자계약을 무효화할 경우 취약계층의 금융소외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월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20%) 이후 낮은 신용평점 등으로 대부업 시장에서 쫓겨나 불법 사금융으로 유입된 규모가 최소 1만8000명에서 최대 3만8000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금융정책 공약이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공약 관련 "일부는 다소 반시장적 조치를 포함하거나 도덕적 위험을 야기할 우려가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구호만 있고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다"며 "국회법으로 다뤄야 할 부문과 정부 권한으로 추진해야 할 부문, 금융권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하는 부문이 서로 다른데 모두 섞여 있다"고 비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이승연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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