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니 출구조사 9곳 뒤집혀 … 與 개헌저지선 가까스로 확보

전경운 기자(jeon@mk.co.kr) 2024. 4. 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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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일생한 국민의힘 … 범야권 200석 전망 빗나가
막판 견제심리 발동
야권 강경 주장에 보수 결집
낙동강벨트서 야풍 잦아들어
친명 깃발 꽂은 도봉갑이나
용산·마포갑·동작을도 반전
출구조사 정확도 뚝
역대급 사전투표 반영 못해
득표율 10%P 차이 나기도

4·10 총선에서 108석을 얻는 데 그치며 여당으로서 기록적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이 범야권에 200석을 내주지 않았다는 점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있다. 애초 방송 3사 출구 조사에서는 범야권 200석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결과가 빗나간 것이 국민의힘에는 천만다행이었던 셈이다.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인 101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출구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전망됐던 일부 지역구에서 여당 후보들이 밤새 전세를 역전시켰기 때문이다.

출구 조사에서 민주당 승리였다가 판이 뒤집힌 대표적인 곳은 서울 용산이다. 서울 용산은 총선에 앞서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초박빙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지역구였다.

출구 조사에서는 강태웅 민주당 후보가 50.3%,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가 49.3%로 민주당이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권 후보(51.77%)가 강 후보(47.02%)를 제치고 지역구 사수에 성공했다.

30대 젊은 기수들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도봉갑은 출구 조사에서 안귀령 민주당 후보(52.4%)가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45.5%)를 쉽게 이기는 것으로 전망됐지만 개표 결과 김 후보 49.05%, 안 후보 47.89%로 김 후보가 승리했다.

서울 마포갑 역시 출구 조사에서는 이지은 민주당 후보가 과반 득표율(52.9%)로 승리할 것으로 나타났으나 본게임에서는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가 1위(48.3%)로 당선됐다.

특히 서울 최대 격전지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동작을에서는 출구 조사 결과 류삼영 민주당 후보가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것으로 예상돼 민주당에서 박수까지 터져나왔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나 후보(54.01%)가 류 후보를 10%포인트 가까이 따돌리고 금배지를 손에 쥐었다. 부산 사하갑에서도 현역인 최인호 민주당 후보가 1위로 예측됐던 출구 조사 결과를 뒤엎고 이성권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다.

이 같은 현상은 민주당이 대다수 의석을 석권한 인천·경기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인천 동미추홀을에서는 윤상현 국민의힘 후보가 남영희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돼 출구 조사 결과를 뒤집었다. 경기 지역에서는 민주당 승리로 예상됐던 경기 성남분당갑·을이 모두 국민의힘에 넘어갔다. 김두관 민주당 후보 지역구인 경남 양산을은 김태호 국민의힘 후보가 차지했다.

방송사 출구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비례대표 정당을 포함해 최대 197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실제로는 175석에 그쳤다. 민주당이 단독 과반으로 원내 1당이 된다는 전망은 맞았지만 의석수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출구 조사가 빗나간 것은 31.2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사전투표율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4·10 총선에서 투표한 유권자 중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사전투표를 했지만 공직선거법상 사전투표일에는 출구 조사를 할 수 없다. 자료가 유출될 경우 본투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다. 출구 조사에 사전투표 데이터를 반영하고 전화 조사도 실시해 결과값을 보정하지만 1384만여 명의 표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 결과는 분명 국민의힘의 참패인데 선방한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출구 조사에서 범야권 200석이라는 워낙 비관적인 전망 아래 개표가 시작되다 보니 실제 결과가 오히려 나아 보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어느 한 쪽에 전권을 몰아주지 않는 국민의 견제 심리가 절묘하게 작동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거센 정권 심판론으로 여당이 100석까지 위태로워지다 보니 막판에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려는 심리가 발동한 것"이라며 "국민이 탄핵 논쟁까지 가는 그런 혼란까지는 아니라고 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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