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코멧' 하도권 "입시보다 힘든 연습, 돌이켜보니 운명"

최주성 2024. 4. 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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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역 맡아 아코디언 연주까지 소화…"새벽 4시까지 아코디언 연습"
"데뷔 20주년, 주어진 옷 입다 보니 여기까지 왔을 뿐이죠"
배우 하도권 [앤드마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단언컨대 '그레이트 코멧'을 제가 평생 맡았던 어떤 프로젝트보다 열심히 임했습니다. 어떤 작품보다 고통스러웠고, 서울대 음대 입시보다 힘들었어요."

지난달 개막한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러시아를 배경으로 부유한 귀족 피에르, 젊은 여인 나타샤, 매력적인 젊은 군인 아나톨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다. 그중 하도권이 연기하는 피에르는 어떤 인물보다도 '힘든 삶'과 거리가 먼 삶을 산다.

막대한 재산을 가진 피에르는 모두가 즐겁게 시간을 보낼 때 홀로 집에서 책과 음악을 즐기는 내향적인 인물이다. 인물들이 무대를 뛰어다니고 춤을 추는 동안에도 제자리에서 피아노와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것이 전부다.

정작 하도권은 어떤 작품보다 연습 과정이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공연이 개막한 지금에야 고통스러운 연습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공연사진 [쇼노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도권은 1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공연 날짜에 맞춰 준비가 될까 두려움이 컸고, 연습하는데도 왜 안 될까 자책도 많이 했다"며 "돌이켜보니 운명이라는 게 있구나 싶었다. 고통스러운 과정에서 저를 '피에르화' 시켜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떠올렸다.

두달여의 연습 과정에서 하도권을 가장 괴롭힌 것은 피아노와 아코디언 연주였다. 특히 처음 잡아보는 아코디언에 익숙해지려 새벽 4시까지 연습을 이어간 날도 있었으나 실력이 늘지 않아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도권은 "피아노와 아코디언 연습을 하루에 8∼10시간씩 했다"며 "피아노 코드 몇 개만 치면 된다는 말에 출연을 결심했는데 '취업 사기'가 아니냐는 말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아코디언 연주에 관해서는 "눈으로 건반을 보며 연주할 수가 없어 한 번 잘못 연주하면 계속 연주가 잘못된다. 간단한 두세마디를 익히는 데 며칠이 걸리니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2014년 '아가씨와 건달들' 이후 10년 만에 정식으로 서는 뮤지컬 무대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는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강속구 투수 강두기를 연기하다 팔꿈치를 다쳤을 때가 차라리 편했다고 돌아봤다.

하도권은 "차라리 몸이 아픈 게 낫다"며 "연습 기간에는 작품에만 신경을 쏟다 보니 배고픈 줄도 몰라 살이 빠졌다"고 말했다.

'그레이트 코멧' 출연한 배우 하도권 [쇼노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고통 속에서 피에르를 연기하는 법을 서서히 체득했다. 연습 도중 느꼈던 쓸쓸함과 두려움의 감정은 피에르 내면의 결핍과 외로움을 이해하는 단서가 되어주었다. 숱한 연기 경험 덕에 대본을 이해하고 역할을 깊게 바라보는 능력도 갖춘 상태였다.

하도권은 "피에르가 느끼는 아픔을 비롯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강점"이라며 "힘든 사람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사랑이 없는 사람에게는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는 작품을 사랑하게 됐다는 그는 예측 불가능한 음악을 작품의 매력으로 꼽았다. 관객이 무대에 올라 배우들과 춤을 추는 등 관객 참여가 많은 작품이라 매일 새로운 공연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고 이야기했다.

하도권은 "이 작품의 마지막 조각은 관객"이라며 "관객이 파란색의 조각을 맞추면 파란색의 공연이 된다. 관객에 따라 전체 공연의 색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배우 하도권 [앤드마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대 성악과를 거쳐 2004년 뮤지컬 '미녀와 야수'로 데뷔한 하도권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6∼7년간 바쁘게 일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스토브리그', '펜트하우스' 등 드라마에서 에너지를 쏟아왔다는 그는 이 작품으로 뮤지컬 무대에 서는 즐거움을 다시금 느꼈다.

무엇보다 하도권은 이 작품으로 겸손을 배웠다고 말한다. 자신의 한계에 부딪혔지만, 포기하지 않고 작품을 준비한 경험은 그를 성장시켰다.

그는 "그저 주어진 옷을 입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됐다"며 앞으로도 관객에게 진솔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화려하지 않아도 제 연기를 통해 누군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게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6월 16일까지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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