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티메파크', 큐텐식 시너지 전략 통할까

정혜인 2024. 4. 11. 17: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동성 위기에 4년째 완전 자본잠식
위메프오 등 자회사 지분 처분까지
티몬·인터파크 커머스도 실적 부진
구영배 큐텐 대표/그래픽=비즈워치

큐텐(Qoo10)에 인수된 위메프가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액이 30% 가까이 급감하면서 손실도 거의 두 배나 늘었다. 이미 4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는 위메프뿐만 아니라 주요 사업회사들이 모두 부진하다. 그런만큼 구영배 큐텐 대표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매출 28% 급감

위메프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1385억원으로 전년 대비 27.9%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1025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약 1.8배 늘었다. 위메프 관계자는 “대주주가 바뀌면서 사업전략과 방향성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위메프는 지난해 4월 큐텐에 인수되며 새로운 주인을 맞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위메프의 실적 부진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위메프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액(1268억원)은 2019년(4653억원)과 비교하면 4년만에 72.7%나 줄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는 위메프가 2018년부터 오픈마켓으로 사업 방향을 완전히 틀면서 직매입 상품 비중을 축소한 영향이 크다. 직매입은 유통사가 직접 상품을 사들인 후 이윤을 붙여 판매한다. 따라서 매출액이 크게 잡힌다. 반면 오픈마켓은 입점 셀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사업인 만큼 상대적으로 매출액이 적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매출이 줄면서 적자 규모도 심각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위메프는 2020년까지 판관비를 큰 폭으로 줄이면서 일시적으로 적자를 축소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2019년 758억원에 달했던 위메프의 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2021년 335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위메프는 고정적으로 매년 2000억원 규모의 판관비를 썼다. 2000억원이 고정비용으로 잡힌 만큼 그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기 어려운 상황에 부딪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매출액 축소는 고스란히 적자 증가로 이어졌다. 위메프의 별도 기준 영업손실이 2022년 다시 538억원으로 늘더니 지난해 1000억원까지 급증한 이유다.

자회사 접고 또 접고

위메프는 비용 축소가 어려워지자 장부상 손실을 털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회사들 정리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9개에 달했던 위메프의 종속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개까지 줄었다.

위메프는 2022년 와이502, 믿업글로벌, 유닛11을 청산했다. 스노우볼컴퍼니의 유상감자를 통해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알리바바 자회사 아이씨비에 투자했던 지분 전체(20.09%)를 처분했다.

특히 지난해 '위메프오'의 보유 지분마저 일부 정리한 점이 눈길을 끈다. 위메프는 2019년 배달 서비스 위메프오를 론칭한 후 2020년 독립 법인으로 분사시켰다. 배달 플랫폼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후발주자인데다, 위메프의 투자를 받기 어려웠던 위메프오는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미미했다. 결국 위메프는 지난해 위메프오의 지분 약 51.6%를 처분했다. 지난해 말 기준 위메프의 지분율이 32.9%로 낮아지면서 위메프오는 위메프의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전환됐다. 종속회사와 달리 관계회사는 회계상 지분법 손익으로 처리돼 연결 재무제표 매출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런 노력에도 불구, 위메프는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하고 있다. 위메프는 2019년부터 4년째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결손금은 7560억원까지 치솟았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398억원이다.

위메프의 유동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같은 기간 위메프의 연결 기준 유동부채는 3098억원에 달하는 반면 유동자산은 617억원에 불과하다. 유동부채는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이다. 유동자산은 단기간에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이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크다는 것은 당장 유동자산을 현금화 하더라도 빚을 갚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삼일회계법인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감사보고서에 "계속기업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기재했다.

티메파크 시너지 물음표

문제는 위메프뿐만 아니라 큐텐 산하의 주요 회사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큐텐은 지난해 위메프를 비롯해 티몬,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했다. 올해는 AK몰도 품었다.

이 중 인터파크커머스는 지난해 큐텐에 인수된 3월부터 12월까지 매출액이 342억원에 불과했다. 영업손실은 157억원이었다. 티몬은 아직 지난해 감사보고서 공시 전이지만 2016년부터 계속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그래픽=비즈워치

2022년에는 티몬도 위메프와 마찬가지로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받았다. AK몰의 지난해 매출액도 369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큐텐의 한국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10.4% 증가한 8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적자 구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을 통합해 시너지를 낸다는 구영배 대표의 구상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을 모두 합쳐도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계속된 적자 누적으로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티메파크'가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큐텐은 올해 이미 위메프의 실적 반등이 시작됐다는 입장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20% 늘었고, 올해 1분기에는 거래액 신장률이 30%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며 "올해 전체적으로 개선된 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