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하 기대는 ‘김칫국 한 사발’…환율·금리 요동

박종오 기자 2024. 4. 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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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3월 소비자물가 3.5%…연준 ‘금리인하 시기상조’
금리인하 전망 최대 7회→0회…‘금리 인상’ 가능성도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장 마감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올해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케이비(KB)증권은 11일 펴낸 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시장에선 미국의 올해 정책금리(현재 연 5.25∼5.50%) 인하 횟수를 최대 7회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와장창 깨질 수 있다는 경고다.

기존 예상을 흔든 건 간밤에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 지표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대비 3.5% 올랐다. 앞선 2월(3.2%)보다 상승폭이 확대되며 지난해 9월(3.7%) 이후 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거비, 운송 서비스 등이 물가를 부추기며 시장 예상치(3.4%)를 넘어섰다. 미국 경제의 견고한 성장과 고용 등으로 물가가 여전히 들썩이며 오는 6월 정책금리 인하가 ‘시기상조’라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개한 3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서도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향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더 강한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금리를 인하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6월 금리 인하 전망에 금이 가며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18%포인트 오른 연 4.54%에 마감하며 5개월래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이 금리를 ‘더 늦게, 더 적게’ 내리리란 예상이 힘을 받으며 국내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금리 인하 지연으로 달러 수요가 늘며 달러 강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20원 오른 1364.10원에 마감했다. 달러당 1360원 선을 뚫은 건 지난해 10월26일(1360.0원) 이후 6개월여 만이다.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도 이날 각각 연 3.466%, 3.585%로 전 거래일에 견줘 일제히 0.07∼0.08%포인트가량 뛰어올랐다. 둘 모두 연중 최고치다.

시장에서는 올해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횟수가 1∼2회 정도로 기존 전망 대비 대폭 축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의 6월 정책금리 동결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점치고 있다. 7월 이후에나 첫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올해 내내 금리 ‘동결’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현재의 고금리·강달러 기조가 연중 내내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고금리·고환율이 장기화하면 국내 수입 물가 상승, 가계부채 상환 부담 등도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정학적 갈등 여파로 치솟는 석유 등 원자재 가격도 이런 전망을 부채질하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티브이(TV) 인터뷰에서 “6월에 금리를 내리는 것은 위험하고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다음 연준의 조치는 ‘금리 인하’가 아닌 ‘금리 인상’일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재균 케이비증권 연구원은 “올해 9월이 미국 대선(11월) 전의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로, 연준이 대선이라는 큰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금리 인하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 결과에 따라 11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기준금리 전망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 3분기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대내·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시기는 더 늦어질 수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반짝 2%대로 떨어졌다가 2·3월 두 달 연속 3.1%로 다시 뛰었다.

당장 12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선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3.50%)으로 묶어둘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해 1월 이후 10차례 연속 동결이 된다. 물가 상승 압력 등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되는 터에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비둘기(통화완화) 신호를 신호를 보낼 가능성은 낮다. 2월 금통위에선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소수 의견이 나왔지만, 물가불안이 장기화되면 오히려 매파적(통화긴축) 태도가 더 강화될 수 있다. 한은은 당분간 “확실한 물가 안정 신호를 확인할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을 유지”한다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충분히 장기간’은 6개월보다 긴 시계라고 시장에선 해석한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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