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와 고용소멸 분석…CEO 성향과 투자결정 관계 밝혀
시군구 300억건 카드데이터로
소매업 참사 가설 철저 검증
대도시보다 지역자영자 타격
배수일 성대 SKK GSB 교수
관리형 CEO는 과소 투자
전문가형 CEO 과대투자 경향
정교한 수학적 모델로 분석
최근 한국 유통업계와 고용 당국의 최대 고민은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알·테·쉬)을 비롯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한국 시장 공습이다. 이들의 저가 공세에 국내 유통사는 물론 소상공인, 영세 제조사들까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영세 상인들은 관세를 포함해 각종 비용을 부담하고 중국 물건을 들여와 판매하지만 직구족은 건당 150달러까지 관세를 내지 않는다. 가격 경쟁이 안되는 상황이다. 알·테·쉬의 이 같은 공습은 영세 업체들이 있는 지역 일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제54회 매경 이코노미스트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의 '전자상거래와 지역 노동시장: 소매업의 종말이 임박했는가(E-commerce and local labor markets: Is the 'Retail Apocalypse' near?)' 논문은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가 지역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심사를 맡은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윤수 교수의 논문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확대되면 오프라인 소매업 고용을 대폭 축소시킬 것이라는 이른바 '소매업 참사' 가설을 우리나라의 미시 데이터를 활용해 직접 검증했다"며 "전자상거래 성장이 산업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선도적인 연구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윤수 교수는 크게 두 가지 데이터를 활용했다. 우선 300억건에 달하는 한국의 신용카드 데이터를 시·군·구 단위까지 모아 온라인 쇼핑 침투율을 측정했다. 그리고 통계청의 일자리 통계를 연계해 실증분석을 했다. 전자상거래 침투율에 따라 지역 일자리가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본 것이다.
분석 결과 온라인 쇼핑 확대는 도시와 비도시 지역 모두에서 오프라인 소매업 고용 감소를 가져왔다. 하지만 대도시 지역에서는 음식점 같은 곳의 고용이 늘어 오프라인 고용 감소를 상쇄했다.
이정민 교수는 논문의 학술적 가치에 대해 "새로운 형태의 소비와 거래 방식의 등장이 전통적인 소매업 분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매우 드문 실정"이라며 "한국은 전자상거래가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논문은 한국이 가진 강점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경제학 분야 최고 수준의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게재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학술지에 한국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 논문이 실린 점에 심사위원들은 높은 점수를 줬다. 국내 경제학자들이 해외 학술지에는 대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를 분석한 연구 논문을 게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윤수 교수의 연구는 고용 정책, 일자리 정책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준다. 전자상거래 증가가 대도시보다 지역 소매업 일자리에 직격탄을 주기 때문에 정부의 고용 대책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배수일 성균관대 SKK GSB 교수가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어카운팅 리뷰'에 발표한 '경영자의 평판 관리, 투자 의사결정, 그리고 자발적 이익 전망 공시(Career Concerns, Investment, and Management Forecasts)' 논문은 경영자의 일반적인 기업 관리 능력과 특정 산업이나 사업에 대한 전문가적 능력이 투자와 공시에 미치는 영향을 정교한 수학적 모델을 통해 분석했다.
심사를 맡은 정재호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자들은 보통 평판 또는 경력에 대한 염려(career concerns)를 갖고 있다"며 "배 교수는 이런 염려를 가진 경영자가 자신의 전문성과 일반적인 경영능력 중 어떤 능력을 부각시켜야 향후 경력에 유리한지 판단하고 투자 의사결정이나 이익 전망 공시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배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인 경영능력을 가진 경영자는 과소 투자하려는 경향을 보이지만 전문적 능력을 가진 경영자는 과대 투자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또 전문적 능력을 갖춘 경영자들에 비해 일반적인 경영능력을 보유한 경영자들은 자신이 기업가치 증가에 기여하는 정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는 이익 전망 정보 공시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배 교수의 논문은 많은 기업이 전문경영인을 뽑을 때 고민하게 되는 부분을 이론 검증의 대상으로 삼았다. 결론은 전문가적 성향과 일반 경영자적 성향이 극단으로 갈 경우 기업은 비효율적인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게 된다는 점이다. 과대 투자도 문제지만 과소 투자도 공장 증설·신설이 필요할 때 발 빠른 대응을 막아 기업을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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