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호텔 '럭셔리 PB'로 고객 잡는다

백화점 다이아·호텔 침구
두 자릿수 신장률 기록
신뢰감으로 차별화
'스몰 럭셔리' 고객 공략

더현대 서울의 생활용품 자체브랜드(PB) 'HBYH' 매장. 현대백화점

유통업계가 침체된 와중에도 자체브랜드(PB) 판매가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백화점과 호텔까지 PB 상품 확대에 나서 눈길을 끈다. 백화점·호텔이 서비스에서 갖춘 신뢰도를 오리지널 상품으로 확대하며 소비자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모양새다. 마트·편의점은 가성비에, 백화점·호텔은 고급에 초점을 맞춰 PB를 전개함에 따라 국내 PB 시장이 양과 질 양측에서 한층 도약할지 주목된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주얼리 PB '아디르'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4% 증가했다. 2017년 2월 선보인 아디르는 다이아몬드 중심의 럭셔리 보석 브랜드를 표방한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에 나석을 공급하는 도매사와 직거래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수준의 상품을 공급하면서도 가격은 30% 낮게 책정했다.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 생활용품 편집숍 HBYH(에이치바이에이치)를 통해 PB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HBYH는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등 8개 점포에 매장을 두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타월과 인조가죽 테이블 매트다. 수건은 지난해 첫 입고 물량의 80% 이상이 조기 소진됐다. 현대백화점의 올해 1분기 PB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올랐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6월 시시호시 신규 매장을 수원점에 연다. 시시호시는 '매일매일 좋은 날'이라는 슬로건으로 롯데백화점이 선보인 편집매장형 PB다. 생필품 굿즈와 취향 아이템이 20·30대 선물로 각광받는다.

호텔업계도 핵심 비즈니스인 숙박·식음료 사업을 넘어 PB 상품에 힘을 쏟고 있다. 특별한 호텔 PB 상품을 구입해 집에서 호캉스 분위기를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적은 비용을 들여 높은 만족감을 얻으려는 '스몰 럭셔리' 트렌드도 호텔 PB 인기에 기름을 부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침구 PB 매장인 '더 조선호텔'은 2020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한 이래 5년째 전체 침구 매장 중 연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다. 고객들은 포근한 호텔 침구의 촉감을 집에서도 느끼고자 PB 상품을 찾는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P컬렉션은 호텔의 '향'을 집에서도 느끼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로비, 객실 등에서 나는 시그니처 향기를 2015년 디퓨저로 출시한 것이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호텔 PB의 다른 축은 고급 먹거리다. 김치만큼은 맛있는 것으로 먹고자 하는 수요가 늘면서 호텔 간에 김치 경쟁이 치열하다. 조선호텔은 판매하는 김치만 20종에 달한다. 올해 1분기 김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고객은 백화점 PB 품질에 신뢰를 갖고 구매를 늘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마트·편의점 PB 구매 고객이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것과 달리, 백화점 PB는 비교적 가격이 비싸도 구입한다는 것이다. 한 백화점 상품기획자(MD)는 "백화점 PB 상품은 일반적으로 백화점 내에서 판매 중인 제조사 브랜드(NB) 상품보다 다소 저렴하지만, 마트에서 파는 상품에 비해서는 가격대가 높다"고 설명했다.

호텔 PB 상품도 마찬가지다. 호텔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집으로 옮기고 싶어서 구매하는 것이다. 호텔 침구를 구입했다는 김경영 씨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호텔 수준의 만족감을 누리기 위해 상품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 이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