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는 국회에서 만난다? 22대 국회서 조우하는 ‘인연들’
‘尹 검찰’과 대립 추미애‧이성윤 對 ‘尹 라인’ 주진우
새미래서 유일 생존 김종민, 민주당과 관계 설정은?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인 300명이 11일 모두 확정된 가운데, 그 중 과거 특별한 인연 또는 악연으로 얽힌 이들이 적지 않아, 향후 국회서의 조우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앙숙'으로 꼽히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나란히 22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위였던 출구조사 예측을 뒤집고 최종 당선됐다. 안 의원도 최대 격전지 경기 분당갑에서 이광재 민주당 후보를 꺾고 생환했다.
2016년 총선 당시 서울 노원병에서 맞붙으며 악연을 본격화한 둘은 2018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 노원병 공천, 그리고 지난 대선의 야권 단일화 방식 등을 두고 번번이 대립했다. 대선 직후 '합당' 국면에서도 최고위원 몫을 두고 충돌한 이들은 한 지붕 아래서도 갈등을 지속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 과정에선 안 의원의 'XX하고 자빠졌네' 욕설 논란을 두고 갈등이 불거졌다. 안 의원은 이 대표가 언론에서 자신의 욕설 논란이 사실인 것처럼 전한 데 대해 당 윤리위원회 제소 방침을 밝혔다. 이에 이 대표도 "아픈 사람과 상대 안 한다" 등 수위 높은 표현으로 응수했다. 가장 최근엔 여의도 음식점에서 벽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설전으로 둘의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10년 가까이 으르렁댔던 이들은 22대 국회에서 각각 여당의 중진과 야당의 대표로 조우하게 됐다. 이 대표는 당선된 직후부터 윤석열 정부는 물론 국민의힘에 잔뜩 날을 세우고 있다. 혹 안 의원이 국민의힘의 차기 당권까지 거머쥘 경우 두 당 대표 사이 전면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의 흥미로운 인연은 또 한 명 있다. 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천아용인' 원년 멤버 중 하나 김용태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이다. 이 대표를 비롯해 '천아인'(천하람‧허은아‧이기인) 셋 모두 국민의힘을 탈당할 당시, 당 잔류를 택한 김 전 최고위원은 이번 총선에서 접전 끝에 경기 포천‧가평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돼 정치적 몸집을 키웠다.
이로써 이 대표와 김 전 최고위원, 그리고 개혁신당 비례대표 몫으로 국회 입성한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대위원장까지 옛 천아용인 인연은 국회서 각각 여야 정치인으로 조우할 예정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과거 천아용인 탈당 행보에 합류하지 않은 건) 계속해서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을 둘러싼 여야의 지독한 악연도 국회서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이른바 '추윤 갈등'(추미애-윤석열 갈등)의 당사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표적인 '윤석열 검찰 사단' 중 한명인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다. 추 전 장관은 경기 하남갑에서 가까스로 당선돼 6선 고지에 올랐다. 주 전 비서관은 부산 해운대갑에서 승리해 초선 배지를 달게 됐다.
과거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당시 추 전 장관은 윤석열 검찰의 감찰 방해, 수사 방해를 주장하며 당시 변호사였던 주 전 비서관도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주 전 비서관 등 윤석열 검찰 라인은 추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후 줄줄이 자신들을 좌천 시키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추 전 장관은 현재 유력한 차기 국회의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윤 대통령과 그는 각각 행정부와 입법부의 수장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벌써부터 추 전 장관은 '적극적 국회의장'이 될 것을 강조하고 있어 '추·윤 갈등' 2라운드가 펼쳐질 전망이다.
전북 전주을에서 당선된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내 검찰 출신 당선인들도 모두 '윤석열 검찰 독재 청산'을 앞세우고 있는 만큼, 향후 국회서 주 전 비서관과의 충돌 가능성이 높다.
한편 새로운미래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김종민 의원과 민주당과의 향후 관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 체제를 비판하며 총선 전 민주당을 탈당한 김 의원은 민주당 등 야권 지지자들의 성원을 받아 당선 배지를 달았다. 당초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지만 민주당이 막판에 해당 지역 공천을 취소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다.
새로운미래가 원내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김 의원이 민주당 문을 다시 두드릴 가능성도 높게 제기된다. 실제 김 의원은 총선 전 한 라디오 방송에선 '당선되면 민주당에 복당하느냐'는 질문에 "선거가 끝나고 당원들과 함께 토론하고 뜻을 물어 함께 논의를 해야 될 것"이라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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