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지 않는 미국 인플레이션···내일 한은 금통위, 금리 동결 유력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개월 연속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고착화와 함께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내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선 기준금리 동결이 점쳐지는 가운데 올 3분기 전에는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동기대비 3.5% 올라 예상치를 0.1%포인트씩 웃돌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목표로 하는 인플레이션 2%까지 얼마 남지 않은 ‘라스트마일’에 도달했지만 이를 넘어서지는 못하는 형국이다.
물가 하락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에너지와 서비스 물가다. 전월 대비 근원 상품 물가는 -0.2%로 하락 전환했지만 같은 기간 에너지는 1.1%, 근원 서비스 물가는 0.5%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올해 중동 등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면서 유가가 오름세를 기록한 여파다. 주거비, 에너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인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은 전월 대비 0.65% 올라 전달(0.47%)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경기 불황을 우려한 바이든 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해 막대한 돈을 풀면서 경제 연착륙에는 성공했지만 반대급부로 나타난 인플레이션은 잡지 못하는 것이다. 최인 서강대 교수는 “폴 크루그먼 등 유명 경제학자들은 돈을 많이 풀었던 것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을 했지만, 바이든의 재정정책에도 상당히 원인이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횟수도 축소되고, 인하 시점도 최소 3분기 이후로 늦춰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 자료를 보면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지난 9일 57.34%에서 11일 16.94%로 급락했다. 7월은 43.54%, 9월은 67.26%로 나타났다. 시장은 오는 3분기부터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셈이다. 이 경우 연내 기준금리 인하 횟수도 1~2회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개월 만에 4.5%를 돌파하는 등 국채 금리는 치솟았다. 미 3대 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65원까지 올라 17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의 오름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수입물가와 국내 유가의 상승폭을 키워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에서 한은이 연준보다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한·미 금리차 확대로 환율 상방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고금리 기조로 경기 악화가 우려되지만 섣불리 움직이기도 어려운 것이다. 12일 금통위에서는 10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 점쳐진다.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과 연초 대비 20% 가까이 높아진 유가를 고려하면 도전요인이 강해지는 상황”이라며 “(통화정책 완화를 뜻하는) 비둘기파적인 목소리가 금통위 내부에서 힘을 얻기 힘들어지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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