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열차’ 급회전에 얼굴에 화상 입은 세 살…안전 관리는 전무

김채운 기자 2024. 4. 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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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한터팜오토캠핑장에서 운영하는 깡통열차 운행 모습. 뒤로 큰 화물차가 뒤따라오는 것이 보인다. 독자 제공

김아무개(37)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세 살 쌍둥이 딸과 함께 경기 포천시의 테마파크 ‘허브아일랜드’를 찾아 깡통 열차를 탔다가 끔찍한 일을 겪었다. 김씨 가족이 타자마자 운전기사는 열차 방향을 왼쪽으로 꺾은 뒤 속도를 갑자기 높였고, 타고 있던 맨 끝 칸이 순식간에 뒤집혔다. 김씨는 11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안전띠·안전모도, 안전 요원도 없었다. 하다못해 운전기사라도 (출발 전에) 아이들이 잘 탔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3월31일 경기 포천시의 테마파크 ‘허브아일랜드’에서 운영 중이던 깡통 열차가 순식간에 뒤집히는 모습.

깡통열차가 뒤집히며 혼자 앉아 있던 김씨의 딸 하린(가명·3)이는 튕겨 나가고, 하은(가명·3)이와 김씨는 뒤집힌 채로 3초 동안 땅바닥에 끌려갔다. 이 사고로 하은이는 얼굴이 그대로 땅바닥에 갈리며 앞니 여럿이 깨지고, 얼굴과 손등에 화상을 입었다. 하린이는 등과 뒤통수가 심하게 쓸렸다. 김씨도 오른쪽 어깨와 팔에 화상을 입고, 옆구리와 무릎을 다쳤다.

아이들 놀이기구인 깡통열차 전복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드럼통 등을 개조한 좌석을 기차처럼 줄줄이 이어 붙인 뒤 이를 트랙터나 카트가 끄는 깡통열차는 최근 소규모 유원지, 농촌 체험장이나 축제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놀이기구다. 인기에 견줘 깡통열차의 안전을 관리할 별다른 규정조차 없는 상태라, 부실 관리나 운행에 대한 체험과 목격담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31일 경기 포천시 허브아일랜드에서 깡통열차 전복 사고로 얼굴이 땅에 갈린 하은(가명·3)이 모습. 엄마 김아무개(37)씨 제공.

정희영(28)씨도 지난해 충남 청양군 알프스마을에서 여는 얼음분수축제를 찾았다가 깡통열차가 뒤집히는 사고를 겼었다. 팔과 다리에 부상을 입고 휴대폰과 가방까지 파손됐다. 정씨는 “안전띠·안전모는커녕 아무런 안내가 없었다. 사고가 났는데 제대로 된 구급 약품도 없어 스스로 차를 몰고 응급실로 향했다”며 “나오는 와중에 바로 그다음 열차를 운행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 이 축제에선 올해 1월에도 깡통열차 전복사고가 벌어졌다. 정씨는 “요즘 어느 축제를 가도 깡통열차는 꼭 있는데 대충 만든 거라 딱 봐도 부실한데, 제대로 관리하는 곳이 없다”며 “만약 (뒤집힌) 내 자리에 어느 아이가 탔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말했다.

간단한 형태의 놀이기구인 깡통열차의 경우 안전을 관리할 규정조차 없다. 관광진흥법 33조는 유원시설업자가 유기시설·기구에 대해 안전성 검사 대상 여부와 그에 따른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펴낸 ‘유원시설업 업무매뉴얼’을 보면, 깡통열차는 안전성 검사 대상인지 아닌지도 판별할 수 없는 ‘관련법 없는 놀이시설’이다. 지금처럼 사업자가 마음대로 차량을 개조해 깡통열차를 만들어도 관리할 제도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관리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차량의 기계적 안전성뿐만 아니라 운행 또한 위험천만하게 이뤄진다는 목격담도 나온다. 경기 용인시의 한 골프장을 자주 찾는다는 ㄱ씨도 “골프장 근처에 있는 오토캠핑장에 깡통열차가 있는데, 화물차도 다니는 일반 도로로 깡통열차가 아이를 태우고 그냥 지나다니는 걸 자주 봤다”고 말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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