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마트 vs 롯데카드’ 수수료율 갈등 격화…열쇠 쥔 금융당국

정윤성 기자 2024. 4. 1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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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보이콧’, 이달까지 3000곳 참여 전망
“결제할수록 적자”…적격비용에 카드사 속앓이
당국, 제도 개선 TF에도 성과는 없어…올해도 빈손?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동네 마트를 중심으로 중소마트들의 롯데카드 보이콧 행렬이 커지고 있다. 한국마트협회는 롯데카드 수수료율이 높아 매출 타격이 크지만, 협상 기회조차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카드업계에선 계속된 수수료율 인하로 역마진까지 우려된다며 물러설 뜻이 없다. 결국 금융당국이 '협상권'과 '수수료율'에 대한 제도 결함을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마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한국마트협회와 연 매출 30억 이상의 중소마트를 중심으로 '롯데카드 보이콧'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마트협회 갈무리

"수수료율 너무 높아…협상 기회도 없어"

11일 한국마트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한국마트협회와 연 매출 30억원 이상의 중소마트를 중심으로 '롯데카드 보이콧'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전국 중소마트 300여 곳이 롯데카드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한 가운데, 협회는 6000여 회원사 중 절반 가량이 보이콧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마트들이 롯데카드 보이콧에 나선 것은 높은 카드 수수료 때문이다. 카드사별 일반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BC카드(2.15%) △롯데카드(2.13%) △하나카드(2.09%) △우리카드(2.08%) △삼성카드(2.07%) △국민카드(2.06%) △신한·현대카드(2.04%) △NH농협카드(1.98%) 등이다. BC카드가 2.15%로 가장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BC카드는 체크카드 비중이 높아 롯데카드 수수료로 인한 매출 타격이 가장 크다는 것이 한국마트협회 측 설명이다.

특히 협회는 수수료율에 대한 협상권을 보장 받지 못한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연 매출 30억원 이상의 중소마트는 일반가맹점으로 분류돼 카드사와 개별적으로 수수료를 협상·조정한다. 개별 중소마트가 카드사와 협상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통보 받아 왔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반면 대기업 계열 가맹점이나 대형마트 등은 자체 협상력을 발휘해 카드사와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영세·중소 가맹점의 경우 매출액 구간별로 신용카드 기준 0.5~1.5%의 수수료율이 적용돼 보호를 받고 있다. 중간에 끼인 연 매출 30억원 초과 일반가맹점의 경우 가장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카드는 가맹점 수수료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알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은 23.2%로 전년(24.2%)보다 1%포인트 줄었다. ⓒ픽사베이

본업에서 '흔들'…수수료율 두고 카드사도 속앓이

카드사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3년마다 재산정되는 카드사 수수료율이 매번 인하돼 온 탓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카드사의 주장이다. 특히 재산정 주기인 올해에도 수수료율 인하로 가닥이 잡히면 역마진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 쉽사리 수수료율을 낮추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카드사와 금융당국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 따라 지난 2012년부터 3년마다 '적격비용'을 산정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하고 있다. 적격비용은 신용카드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등을 포함한 일종의 결제 원가다. '적절한 비용'만 산출해 그에 알맞은 수수료율을 적용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도입 이후 가맹점 수수료율은 매번 낮아지며 업계 불만이 가중됐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2012년 이후 4차례 떨어졌다. 이에 2007년 결제금액의 4.5%까지 부과했던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0%대까지 내려왔다. 여기에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가맹점은 전체 가맹점 약 300만 개 중 288만 개(96%)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업계는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수익 비중은 23.2%를 나타냈다. 2019~2021년 수수료 수익이 평균 26%대였던 것에 비하면 3%포인트 가량 감소한 셈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모르는 것이 아니고 배려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합리적이지 않은 수수료율로 인해 결제를 할수록 적자가 나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연합뉴스

갈등 봉합하려면 제도 개선 필요…논의는 지지부진

금융당국도 마트업계와 카드사의 줄다리기 싸움을 알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22년 2월 합리적인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리기도 했다. 

그러나 2년이 넘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다만 적격비용이 영세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나온 만큼, 수수료율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산정 주기를 손보는 것만으론 갈등 봉합이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재산정 주기 연장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우대수수료율로 영세가맹점의 부담 경감이라는 목표가 달성된 만큼 적격비용 자체를 폐지해 수수료율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보이콧 논란의 불씨가 된 일반가맹점의 협상권도 풀어야할 숙제다. 한국마트협회 측은 "이미 카드결제 제도 도입되던 당시의 정확한 매출 정보를 통한 세수 확대와 투명한 징세의 정책 목적은 달성한 만큼 의무 수납제 폐지, 가맹점의 협상권 보장 등의 실효적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공정거래법상 단체금지행위 위반 소지가 있어 카드 업계는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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