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계단을? "불나도 집에 있어야"…장애인, 대피 꿈도 못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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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 장애인이 숨지는 화재 사고가 잇달으면서 시민 우려가 높아진다.
정부가 마련한 '장애인 화재 재난대응 안내서'에는 계단 이용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내용이 상당수 담겼고 현행법에 규정된 피난설비도 장애인들 스스로 활용하기 쉽지 않아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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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전남 담양군 대덕면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나 신체장애와 지적장애를 앓던 40대 중증장애인이 숨졌다. 지난해 10월에는 전남 나주시 성북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3급 지적장애인이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 모두 가족, 활동지원사 없이 집에 홀로 있었다.
독거 장애인이 숨지는 화재 사고가 잇달으면서 시민 우려가 높아진다. 정부가 마련한 '장애인 화재 재난대응 안내서'에는 계단 이용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내용이 상당수 담겼고 현행법에 규정된 피난설비도 장애인들 스스로 활용하기 쉽지 않아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발표한 '장애인 화재 재난대응 안내서'에 따르면 휠체어 사용이 어려운 장애인은 화재 발생 시 가장 빠른 시간 내 자신 의지로 몸을 끌거나 기어서 비상구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자력 대피가 어려우면 큰 소리를 내거나 신호를 보낼 수 있는 호루라기를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알려야 한다. 엘리베이터는 사용하지 않고 계단을 이용해 신속하게 대피해야 한다. 연기가 많을 때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낮은 자세로 빠져나가야 한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장애인 등이 사용하는 소방시설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적합하게 설치·관리하여야 한다. 대표적으로 완강기, 미끄럼대, 승강식 피난기 등이 있다.
완강기는 지지대에 걸어서 자동적으로 내려오게 하는 기구다. 미끄럼대는 2~3층 건축물에 설치해 신속하게 지상으로 피난할 수 있도록 한다. 승강식 피난기는 피난자가 발판에 올라가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아래층으로 내려가게 한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현실 속 장애인들은 이런 피난설비 사용은 "꿈도 못꾼다"고 했다. 아파트 15층에 홀로 사는 시각장애인 조모씨는 "혼자 계단을 이용할 수도 없고 완강기 설치법도 몰라서 난감하다"며 "평소에는 불이 무서워서 가스레인지나 밥솥도 잘 사용 안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14층에 거주하는 뇌병변 장애인 최모씨는 "휠체어 타고 계단 내려가기 어렵다"며 "아파트 중에 리프트 시설을 갖춘 곳도 많지 않다. 구조될 때까지 집에서 발만 동동 구를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 가면 10명 중 2~3명은 대피 공간을 못 찾고 안절부절한다"며 "대피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고 우왕좌왕 하면 연기를 마시고 쓰러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했다.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해 실효성 있는 시설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뒤따르는 대목이다. 최대 2시간 동안 고열, 유독가스로부터 벗어나는 '공기순환식 피난설비'가 대표적이다.
1차로 단열 외벽에서 열을 차단하고 2차로는 단열외벽과 단열내벽 사이 공간으로 찬공기를 유입시켜 열을 외부로 밀어낸다. 3차로 단열 내벽에서 열을 다시 한번 차단해 피난실 내로 잔열이 통과할 수 없게 했다.
설비업계 관계자는 "장애인 화재 사고가 빈번해지면서 새로운 화재 피난 설비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며 "소방청은 신기술이 적용된 공기순환식 피난설비에 규제 장벽을 치고 있다. 국민 생명권을 위해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중시설의 경우 방화 효과를 높인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한 층에 다양한 방이 있는 노인요양시설은 한 공간에 화재 차단 효과를 집중적으로 높이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임시적으로 그곳에 모여 안전하게 구조를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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